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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111조 재정적자...“OECD 1위 성장” 자찬 섣부르다

사상 최대 111조 재정적자...“OECD 1위 성장” 자찬 섣부르다

Posted August. 13, 2020 07:32,   

Updated August. 13, 2020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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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상반기(1∼6월) 나라살림이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총수입은 작년 동기보다 20조원 줄고 총지출은 31조 원 늘어 통합재정수지가 90조 원 적자를 나타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빼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10조 5000억 원 적자였다. 둘 다 2011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다.

 상반기 재정적자가 급증한 것은 경기부진으로 세수가 줄어드는데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등으로 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상반기 적자 규모는 정부가 연간 재정관리 목표치로 전망한 적자액 111조 5000억 원의 99%나 된다. 사상 최악의 전염병에 최장기 장마까지 겹쳐 돈 쓸 곳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국가 재정관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

 어제 당정청은 협의회를 열고 폭우로 인한 재난지원금 액수를 2배로 높이되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는 추후 판단키로 했다. 최악의 폭우로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수해복구에 쓸 예산이 바닥난 상태다. 올 초부터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재난관리기금까지 고갈됐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앞 다퉈 중앙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미 3차 추경까지 편성한 정부도 여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대미문의 재난이 닥쳤을 때 나라 곳간을 풀어 피해를 구제하고 경기를 살리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다만 재정을 써서 위기를 극복하고 그 후 민간경제가 살아나 세수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6월 -1.2%에서 그제 -0.8%로 올린데 대해 37개 회원국 가운데 1위라며 고무된 분위기다. 하지만 성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은 8월 들어 다시 -23.6%로 고꾸라졌다. 7월 실업자 수는 113만 8000명으로 21년 만에 최대고, 취업자수는 5개월 연속 감소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 연말 사상 최대인 45%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보다 3년이나 앞선다. 재정지출 속도가 이렇게 빨라지면 반드시 재정을 써야 할 때 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코로나19는 내년까지 계속된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고 고령화로 인해 한국의 성장잠재력은 추락하고 있다. 정부가 다른 나라보다 선방했다고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라 비상한 각오로 허리띠를 조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