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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위해… 美, 女도 男도 아닌 ‘X’ 표기 여권 첫 발급

성소수자 위해… 美, 女도 男도 아닌 ‘X’ 표기 여권 첫 발급

Posted October. 29, 2021 07:36,   

Updated October. 29, 202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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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남성과 여성 외에 제3의 성별을 뜻하는 ‘X’를 표기한 첫 여권이 발급됐다. 남녀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으려는 성소수자들을 위한 국무부의 조치다.

 미국 국무부는 27일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X(성별 중립)’ 표시가 된 첫 여권을 발급했으며 내년 초 관련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작업이 끝나는 대로 모든 신청자에게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개인이 의료기록을 통해 이를 증명하지 않아도 본인이 규정한 성별로 여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금까지는 출생신고와 다른 성별을 신고하려면 의료기관 증명서를 제출해야 했다.

 제시카 스턴 국무부 성소수자(LGBTQ) 인권 외교 특사는 “이번 조치는 이전의 ‘남’과 ‘여’보다 더 넓은 성(性) 특징이 있다는 것을 정부 문서에 담은 것”이라며 “진정한 정체성이 반영된 증명서를 얻을 때 사람들은 더 큰 존중을 받으며 살아간다”고 했다.

 국무부는 이 여권이 누구에게 발급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AP통신에 따르면 콜로라도주 포트콜린스에 사는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인 데이나 자임 씨(63)가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X 표시 여권’을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골칫덩이가 아닌 그냥 한 인간일 뿐”이라며 “내 활동의 목표는 다음 세대의 간성들이 온전한 시민권을 인정받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15년부터 국무부를 상대로 성별을 밝히지 않고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법률 분쟁을 벌여왔다. 그는 여권을 신청하면서 남성인지 여성인지 표시하게 돼 있는 칸에 ‘간성(intersex)’이라고 쓰고 별도의 문서를 통해 ‘X’로 성별 표기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무부는 6월 성소수자를 위한 여권 발급 절차 개정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여권 발급을 위한 컴퓨터 시스템 변경 작업에 시간이 걸리면서 넉 달 뒤에야 첫 여권을 발급할 수 있었다. ‘X 표시 여권’은 예산관리국의 최종 승인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미국보다 앞서 여권에 ‘X 성별’ 표시를 허용한 국가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독일, 네팔 등 최소 11개국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