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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느긋, 펜스는 문외한...美코로나 대응 ‘총체적 난국’

트럼프는 느긋, 펜스는 문외한...美코로나 대응 ‘총체적 난국’

Posted March. 03, 2020 07:53,   

Updated March. 03, 202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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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확진자가 속출하는데도 재선을 이유로 근거 없는 낙관론을 고수한다는 비난이 거세다. 1일 워싱턴포스트(WP)는 당국자 20여 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내 혼란, 리더십 실종, 정보 부족 등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완전한 혼란(complete chaos) 상태’라고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문 의료인이 아닌 변호사 출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코로나19 대응 총책임자로 임명한 것을 두고도 실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독실한 복음주의 기독교도인 펜스 부통령은 인디애나 주지사로 재직하던 2015년 주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발생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의료 전문가의 주삿바늘 교체 권고를 거부하고 담배와 암의 관련성에도 의문을 표시한 전력이 있다.

 야당 민주당의 지지율 1위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HIV가 잡히도록 기도나 했던 사람을 임명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민주·코네티컷)도 “과학을 믿지 않는 사람을 책임자로 지명한 것은 훌륭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가세했다. 백악관 일각에서 ‘외부의 의료 전문가를 데려오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대통령이 직접 “행정부의 대응 실패로 보일 수 있고 충성심을 믿을 수 없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이 펜스 부통령과 별개로 데버라 벅스 국무부 세계 보건외교 담당자를 코로나19 특별 대표로 임명한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 사령탑인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 펜스 부통령, 벅스 특별대표까지 책임자만 3명에 달하는 ‘옥상옥’ 상황이 연출됐다. 믹 멀베이니 대통령 비서실장 대행이 펜스 부통령의 지시를 받들어 ‘모든 소통을 부통령실을 통해서 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한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윗선의 눈치를 보느라 빠른 정보 공유 및 정확한 전달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관료의 준비 부족도 질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대응팀 멤버인 국토안보부 산하 시민이민국(CIS) 켄 쿠치넬리 국장대행은 트위터에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현황이 정리돼 있는 온라인 지도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올렸다.

 이날 워싱턴주 당국은 기저질환이 있는 70대 남성이 커클랜드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하루 전에도 같은 병원에서 50대 남성이 사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명의 사망자를 감안할 때 워싱턴주에서만 지역사회 감염으로 최대 1500명이 코로나19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 상태가 위중한 3명의 환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현장에서 ‘코로나19는 기적같이 사라질 것’ ‘민주당의 비판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 새로운 사기(hoax)’라고만 주장하고 있다.

 이날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전체가 아닌 대구에만 국무부의 여행 금지 조치를 발령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었다”고 밝혔다. 전격적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중국, 이란과 달리 동맹인 한국에 일종의 배려를 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에이자 장관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한국 전체를 여행 금지 지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뉴욕=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