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러시아 황족과 귀족들의 문화를 한자리에서 보니 당시 러시아로 여행한 듯한 기분이 드네요.”(이정화)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시대 민중이 겪었던 아픔이 전해졌습니다.”(강필석)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예르미타시 박물관전,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 특별전을 3일 관람한 뮤지컬 배우 이정화와 강필석은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국내 초연 후 6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닥터 지바고’에서 극단적인 혁명가 파샤(강필석 역)와 지바고의 부인 토냐(이정화 역)로 출연 중이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을 배경으로 의사이자 시인이었던 유리 지바고와 주변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렸다.
두 배우가 이번 전시회를 찾은 건 ‘러시아 문화’의 정수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300만여 점에 이르는 소장품을 자랑하는 세계 3대 박물관 가운데 하나다. 1762년 완공돼 1917년 러시아혁명 이전까지 황제의 거처로 사용되며 ‘겨울궁전’으로 불렸다. 특히 프랑스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프랑스 미술을 보유하고 있다.
혁명가와 몰락한 부르주아 가문의 여성 역을 각각 맡은 두 배우는 작품을 보는 관점 역시 달랐다. 이정화는 이번 전시회의 대표작인 ‘안나 오볼렌스카야’의 초상화를 가리키며 “부르주아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집안이 몰락해 불우한 환경에서 살아야 했던 토냐와 안나의 삶이 너무나 비슷하다”며 “섬세한 붓 터치가 주는 특유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강필석은 “화려한 작품이 대부분인 가운데 서민을 주인공으로 그린 한두 작품이 눈에 띄었다”며 “미술 작품을 수집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는데 이를 위해 세금을 낸 평범한 시민들의 아픔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혁명가 역을 맡은 배우다운 소감이었다.
전시회에서는 러시아의 여제 예카테리나 2세(1729∼1796)가 수집한 회화부터 20세기 초 러시아 기업가들이 구입한 인상주의 작품까지 모두 89점의 프랑스 회화, 조각, 소묘 등을 만날 수 있다. 김승익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러시아 귀족의 취향과 문화적 분위기, 흔적들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 15일까지. 성인 6000원, 대학생·중고생 5500원, 초등학생 5000원. 02-1688-0361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