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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통과만 외치더니 정부청사는 왜 뚫렸나

테러방지법 통과만 외치더니 정부청사는 왜 뚫렸나

Posted April. 07, 2016 07:17,   

Updated April. 07, 201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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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와 정부는 1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이어진 장거리 로켓 발사로 북한의 대남테러가 현실화할 수 있다며 테러방지법 통과를 강하게 요구했다. 정관계 요인과 탈북인사를 겨냥한 암살시도도 거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 국회 연설에서 “테러분자들이 잠입해 언제, 어디서든지 국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급히 테러방지법을 제정해 국민안전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며칠 뒤에는 “정말 자다가도 몇 번씩 깰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책상을 내리쳤다. 3월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실시돼 박 대통령은 전국에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고 국토해양부는 재난·테러 실태 점검에 들어갔다.

 전국이 비상경계에 들어간 올 2월 말∼3월 말 7급 공무원시험을 치르는 대학생 송 모씨가 정부서울청사를 6차례 제집 드나들듯 했다. 청사를 관리하는 행정자치부와 경계에 구멍 뚫린 인사혁신처는 침입당한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다. 송 씨가 합격자 명단을 고치는데 그쳤길래 망정이지 테러범이었다면 상상을 초월할 인명과 재산 피해를 당할 뻔했다. 어떻게 경계태세를 최고로 강화한 때 정부청사가 대학생에게 뚫릴 수 있는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번 사건은 신분증을 도난당한 공무원들이 신고만 제때 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 검색대를 통과한 출입자의 신분증 사진과 얼굴을 대조하지 않고 대충 넘겼다. 2012년 60대 남자가 위조 신분증으로 청사에 들어와 불을 지르고 투신했을 때 내놓은 각종 대책은 허울뿐이었다는 건가. 정부세종청사로 이사 준비를 하느라 인사처 출입문 관리가 허술했다는 변명을 늘어놓는 걸 보고 기가 막힐 지경이다. 리눅스 운영체제(OS)가 설치된 휴대용 저장장치를 꽂으면 비밀번호를 몰라도 컴퓨터를 열 수 있다. 이 정도는 대학생만 되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무방비였다.

 서울청사 출입시스템에 중대한 허점을 드러낸 만큼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하고 정부가 국민 앞에 사죄부터 해야 한다. 차제에 다른 국가 주요시설에는 문제가 없는지 보안수준을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