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대통령과 노사정, 축배 들기엔 이르다

Posted September. 23, 2015 06:54,   

ENGLISH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노사정 대표 4명과 오찬을 함께 하며 노사정위가 보여준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계속 살려나간다면 한국형 노동개혁의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대타협의 정신, 취지를 존중하면서 필요한 후속조치들을 착실히 이행해나가겠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노사정 합의의 주역들을 7개월 만에 다시 불러 격려한 것은 노동개혁의 물꼬를 튼 것에 고무됐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 일각과 야당의 거센 반발로 노동개혁의 법제화가 난관에 부닥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축은 너무 이른 감이 있다.

당장 노사정이 충분한 협의를 거쳐 시행한다고 합의한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 등 핵심 사안부터 노사 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합의가 쉽지 않다. 비정규직의 기간 연장과 근로자 파견 문제도 노사의 이해가 충돌해 의견차를 좁히기가 힘들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서양의 격언처럼 노사정 대타협의 각론에 합의하는 과정에서부터 소모적인 힘겨루기가 재연될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20일 취업규칙 변경과 일반해고의 기준을 시행하는 지침을 올해 안에 마련하고,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등 노동개혁 5대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키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발의한 5대 법안에 대해 한국노총이 합의에 배치된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대환 위원장도 입법만이 노동개혁의 궁극적 목적인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이번 합의의 의미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소하는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정부와 여당은 마음이 급하겠지만 노동개혁의 속도를 내는 것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야당과 민노총의 지도부도 만나야 한다. 새누리당에게 맡겨 놓고 국민을 상대로 여론전만 펼쳐선 국회선진화법의 벽을 넘기가 힘들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하고 타협점을 찾아내야 한국형 노동개혁의 모델도 성사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