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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학교휴업 풀 때다

Posted June. 12, 2015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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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학교의 11%인 2451곳이 메르스 사태로 휴업중이다. 서울 강남 서초구의 경우 유치원과 초등학교 전체가, 경기도는 평택시 등 7개 시 군 초중고가 오늘까지 휴업한다. 경남 창원에서 확진자가 나옴에 따라 인근 학교와 유치원 25곳도 오늘 하루 휴업한다. 메르스 휴업이 장기화하면서 수업결손, 학교 생활관리 부실, 맞벌이 부부의 어려움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다수 학생이 모여 생활하는 학교에서 한번 감염 질환이 생기면 쉽게 전파되므로 휴업 등 선제적 대응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전파되지 않는다는 게 확실해진 시점에도 휴업을 지속하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세계 어느 나라도 메르스가 발생했다고 해서 휴업하지 않는다. 세계과학기자협회 총회에 참석한 사우디아라비아 기자는 메르스 감염자가 1000명이 넘어도 학교 문을 닫은 사례는 없다며 학교 폐쇄가 오히려 국민의 공포심을 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휴업이 늘어난 데는 포퓰리즘적으로 결정한 교육당국의 잘못이 크다. 초기 일부 메르스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학부모의 요구로 휴업에 들어간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휴업이 필요 없다는 보건복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교장 재량에 따른 휴업조치를 허용했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한술 더 떠 일괄 휴업령을 내렸다.

우리 정부와 공동으로 메르스 사태를 조사 중인 세계보건기구(WHO)도 한국에서든 다른 국가에서든 학교가 메르스 바이러스 전파와 관련 있었던 적은 없었다며 수업 재개를 강하게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WHO 권고는 과학적 합리성에 따른 결론으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 휴업이 메르스 차단에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휴업기간 많은 학생들이 밀폐된 공간인 노래방과 PC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관을 찾고 있다. 학교급식이 중단돼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 자녀들이 점심을 거른다. 어린 자녀를 맡길 데가 없는 부모들이 직장에 휴가를 내고 아이를 맡아줄 사람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학교에 보내 체계적 관리에 맡기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