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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세금 안받는 민간 언론을 왜 김영란법으로 규제하나

국가 세금 안받는 민간 언론을 왜 김영란법으로 규제하나

Posted March. 03, 2015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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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오늘 본회의에서 민간 언론인과 사립학교 직원을 포함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처리를 시도한다. 앞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로부터 협상 권한을 위임받아 공직자의 가족 금품수수 신고 의무 조항을 빼고,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로 대폭 축소하는 등의 수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논란이 됐던 언론인과 사립 교원 포함 조항은 그대로 뒀다.

김영란법의 목적은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 혹은 준()공직자의 부정청탁, 그중에서도 형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부정청탁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의하면서 공영방송인 KBS, EBS 직원과 균형을 맞춘다는 구실로 민간 언론을 끼워 넣었다. 민간 언론인은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직자가 아니다. 사립학교 직원도 공립학교와 균형을 맞춘다면서 세금으로 월급 받지 않는 자립형사립고 교사와 사립대학 교수도 일률적으로 포함시켰다.

민간 언론인과 모든 사립 교원을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것은 명백히 위헌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민간 영역의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 아니라 민간의 특정 영역을 따로 떼어내 다른 민간 영역과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 평등 원칙에도 위반된다. 이 법을 제안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당초 취지와 다르다며 황당해할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여야 모두 의원총회에서 이 문제는 논의하지도 않고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족 범위 축소 등에만 급급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일단 통과시키고 나중에 수정하자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위헌이 명백한 법조항을 일단 통과시킨 뒤 나중에 고치자는 말은 국회의원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국회에 어느 사이엔가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릴 것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법을 만드는 무책임한 습관이 배어들었다. 헌재가 알아서 위헌 결정을 해줄 테니까 골치 아픈 것은 헌재에 넘기고 국회는 적당히 입법해도 된다는 뜻인가.

어제 여야 원내대표, 법사위 간사 등이 금품수수 시 처벌하기 위해선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법 통과 뒤 유예기간을 1년 6개월 두기로 합의한 것은 김영란법에 물 타기를 한 것과 다름없다. 공무원이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이라는 원안과 달리 앞으로 공직자들은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하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여야 합작으로 언론 자유를 교묘하게 침해할 수 있는 법을 만들다니 부끄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