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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항공사들 하늘 접수 당할라

Posted December. 07, 201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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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 항공사와 해외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호시탐탐 한국 항공시장을 노리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91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항공운송협상회의에서 아랍에미리트(UAE) 항공당국과 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에서 UAE는 두 나라 간 항공 운항 횟수 자유화 또는 운항 횟수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UAE는 2011년 회담에서도 운항 횟수 확대를 요구했지만 한국 측의 거부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UAE가 운항 횟수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두바이 또는 아부다비를 경유해 유럽 또는 아프리카로 가려는 한국 승객을 끌어들이려는 목적이 있다. 현재 UAE 국적 항공사들은 국내 항공사들의 유럽 및 아프리카 직항 노선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날 현재 대한항공의 인천파리 노선 왕복 항공요금은 이코노미석 기준으로 최저 172만700원이지만 에미리트항공의 인천두바이파리 간 왕복 항공요금은 최저 117만2700원으로 대한항공의 67% 수준이다.

한국과 UAE는 2009년 항공회담으로 각각 주 15회씩 양국을 왕복 운항할 수 있다. 현재 에미리트항공이 인천두바이 노선을 주 7회, 에티하드항공이 인천아부다비 노선을 주 7회 각각 왕복 운항하고 있다. 운항 횟수 활용 비율이 93%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대한항공이 인천두바이 노선을 주 5회 왕복 운항해 운항 횟수 활용 비율이 33%에 불과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09년 이후 중동 항공사들이 취항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의 유럽 노선 승객이 줄어들었다며 오일머니를 앞세워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동 항공사의 운항 횟수가 늘어나면 한국 항공사는 유럽 및 아프리카 노선의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LCC도 최근 아시아 1위 LCC인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은 지난달 18일 국토부를 방문해 한국 진출 계획을 직접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에어아시아는 기존에 추진했던 한국 LCC 인수 방식이 아닌 국내에서 새로운 LCC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한국 국적 항공사 지분을 49% 이상 소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선 에어아시아가 한국 기업과 합작하는 형식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에어아시아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해 국내 LCC들과 국내외 노선에서 경쟁을 하면 국내 LCC들이 상당한 피해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에어아시아는 최근 에어버스와 항공기 200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런 항공사와 아직 걸음마 수준인 국내 LCC는 가격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