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 75억원 장외홈런

롯데 포수 강민호(28)가 국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몸값 역사를 새로 썼다.

롯데는 강민호와 4년간 총액 75억 원(계약금 35억 원, 연봉 10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총액 75억 원은 2005년 심정수가 현대에서 삼성으로 팀을 옮기며 계약했던 4년간 최대 60억 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액이다. 2014 FA 권리 행사를 신청한 16명 가운데 가장 먼저 계약을 끝내며 연봉 10억 원을 보장받은 강민호는 최근 2년 연속 15억 원의 연봉을 받은 한화 김태균에 이어 역대 2번째로 10억 원대 연봉 선수가 됐다.

롯데는 10일부터 시작된 원소속 구단과의 우선 협상 마감일(16일)을 사흘이나 앞두고 강민호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롯데는 2년 전 팀의 간판타자 이대호와의 FA 계약에 실패한 데 이어 지난해 김주찬과 홍성흔마저 각각 KIA와 두산에 내줘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롯데가 예년과 다르게 발 빠른 대응을 한 데에는 강민호마저 밀고 당기는 협상을 하다 다른 팀에 뺏길 경우 후폭풍이 거셀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강민호 역시 4년 뒤 다시 FA 자격을 얻어도 32세로 젊기 때문에 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듯하다. 롯데는 강민호를 잡기 위해 11일 1차 협상 때부터 역대 FA 중 최고 대우를 해 주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2004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에서 낙점돼 계약금 9000만 원을 받고 롯데에 입단한 강민호는 10시즌 통산 102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1, 홈런 125개, 타점 512개를 기록하며 골든글러브를 3차례(2008, 2011, 2012년)나 수상하는 등 공격과 수비 능력을 함께 갖춘 포수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올 시즌 성적은 좋지 못했다. 10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5에 11홈런 57타점을 수확하는 데 그쳤다. 연봉 5억5000만 원을 받은 선수치곤 초라한 성적이다. 강민호의 한 시즌 개인 최고 타율은 0.305(2010년), 홈런은 23개(2010년), 타점은 82개(2008년)다.

강민호는 롯데에서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선후배, 프런트, 팬들과 함께하면서 행복하게 야구를 해왔고 넘치는 사랑을 받았기에 팀을 떠난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도 자존심을 세워주고 마음으로 다가와 준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배재후 롯데 단장은 강민호가 1차 협상 때부터 구단에 모든 계약 조건을 일임했기에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이고 팀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잘 수행했기에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 주려 했다고 밝혔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