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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취임 한 달 박근혜 대통령, 수첩 덮고 귀를 열어야

[사설] 취임 한 달 박근혜 대통령, 수첩 덮고 귀를 열어야

Posted March. 25, 2013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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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오늘로 한 달이 됐다. 지난 한 달간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인상은 부정적인 게 더 많다. 자고나면 터지는 인사() 혼선에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싼 여야의 지루한 대치로 새 정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한국갤럽의 1821일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51.6%)보다 낮은 44%였다. 정부 출범 한 달을 자동차에 비유하면 외양도 내부도 결함투성에 시동만 걸어놓고 헛바퀴만 굴려온 셈이다.

박 대통령에게 1차적 책임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김학의 법무차관,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까지 박 대통령이 직접 고른 5명의 고위 공직자가 자진 사퇴하거나 낙마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인사 실패다. 김종훈 후보자를 제외하곤 모두 사전 인사검증을 소홀히 한 결과다.

차제에 대통령의 측근들로만 구성한 청와대 인사위원회의 기능과 민정수석실의 검증 시스템을 대폭 손질할 필요가 있다. 인사에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그에 앞서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부터 고쳐야 한다. 자신이 눈여겨 봐둔 인사를 일방적으로 낙점하는 하향식() 수첩 인사로는 폭넓게 인재를 발굴하기 어렵고 검증 역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누가 감히 대통령의 선택에 노(NO)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문제점들을 고치지 않는다면 인사실패가 이어지면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신뢰는 끝없이 추락할 것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늑장 처리도 따지고 보면 야당의 발목잡기 못지않게 박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도 큰 요인이었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끌어가기 어려운 형편인데도 박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데 소홀했고 원안에 매달렸다. 국회를 존중하겠다는 약속은 구두선()이었나. 박 대통령은 야당 인사까지를 포함한 국가지도자연석회의 구성도, 기회균등위원회 설치도, 대탕평 인사도, 경찰청장 임기 보장과 검사의 청와대 차출 금지도 지키지 않았다. 원칙과 신뢰, 약속을 중시한다던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필요한 것만 골라서 지킨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고치고, 지키고, 다잡아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박 대통령이 국정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만 안보와 경제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복지와 민생 분야 등의 공약 이행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한 달간의 실수와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지금부터 새 출발의 각오를 다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