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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성 대통령 박근혜 시대

Posted February. 25, 201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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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시대의 막이 올랐다. 박 대통령은 남성 중심의 유교 사상에 익숙해 있으며 남북 분단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이 배출한 첫 여성 대통령이다. 국민과 세계가 거는 기대와 관심이 남다르다. 여성의 단점은 넘어서고, 장점은 더욱 살려야 하기에 박 대통령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울 것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 재건()에 모든 것을 걸었다면 박 대통령은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꿈을 자신의 손으로 이루겠다는 다짐일 수 있다. 박 대통령의 꿈이 곧 5000만 국민의 꿈이다.

68년 전 일제의 식민 지배에서 해방된 가난하고 작은 신생 독립국이 건국과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우리는 온갖 역경과 고통을 극복하고 세계가 인정하는 성공 신화를 만들어 냈다.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전 세계에서 7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고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인 20-50클럽에도 들었다. 민주주의도 뿌리를 내렸다. 대통령부터 국민까지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노력한 결과다. 박 대통령은 그 기반 위에서 임기 5년을 시작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가 박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마주한 국내외 상황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북한은 3차 핵실험의 성공으로 사실상 핵보유국 대열에 들어섰다. 불량국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는 한국인의 생명과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 박 대통령이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전제로 구상한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시동을 걸어 보기도 전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영토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주변국끼리의 갈등도 예사롭지 않다.

글로벌 경제 위기와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그 끝을 짐작하기 어렵다. 국내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도는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는 데다 사회경제적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새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국민은 박 대통령이 경제성장의 엔진을 다시 힘차게 돌려 주기를 원하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대로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으면서 복지도 크게 늘려 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는 성장 하나만도 버거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이루고 선순환이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국가 부채와 재정 사정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안보와 경제의 위기는 정도의 차이일 뿐 어느 정부 때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대하는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과 국민의 자세다. 안보와 경제 문제에서 대통령이 올바르게 방향을 설정하고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 내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올해 우리는 정전협정 60주년과 한미동맹 체결 60주년을 맞는다. 평화는 우리가 원한다고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깊이 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평화를 지키려면 국력과 국방력을 키우고, 한미동맹을 더 공고히 하면서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닥칠지도 모를 통일에 대한 대비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52 대 48로 갈린 민심을 방치하고는 국민 통합도, 위기 극복도 어렵다. 국민 대통합은 시대적 과제이자 박 대통령이 가장 중시한 약속이다. 통합의 첫걸음은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소통하는 포용의 리더십, 좋은 인재를 골고루 발탁해 쓰는 탕평()의 리더십, 대화와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하는 상생()의 리더십을 보여 주는 일이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과 야권도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이 모든 것에 앞서 박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를 기본 정신으로 하는 헌법의 수호가 대통령의 첫 번째 책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