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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대통령의 사과, 진정성 있나

Posted July. 25, 201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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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대() 국민 담화문 발표 형식을 통해 친인척 및 측근 비리에 대해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근자에 제 가까운 주변에서,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면서 고개 숙여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진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 모두가 제 불찰로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며 회한이 담긴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개탄과 자책만 하고 있기에는 나라 안팎 상황이 너무 긴박하고 현안 과제들이 엄중하고 막중하다면서 심기일전해서 국정을 다잡아 일하는 것이 제게 맡겨진 소임으로 더욱 성심을 다해 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이 주변 사람들의 비리 문제로 사과성 발언을 한 것은 올 1월 신년 국정연설 때와 2월 취임 4주년 회견 때에 이어 세 번째다. 앞의 두 번은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등 주요 측근들의 비리와 관련한 발언이었지만 용어나 내용에서 대국민 사과로 느끼기에는 미흡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정권 창업공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복심()이나 다름없는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까지 비리에 연루된 터라 사과의 강도를 높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과의 형식으로 보면 진정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이 대통령의 사과 담화문 발표가 통보된 것은 이날 오후 1시 40분이었다. 이런 중요 사안이라면 며칠 전, 최소한 몇 시간 전이라도 사전에 통보하는 게 상식이다. 더구나 사과문이 발표된 오후 2시는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새누리당 경선후보들의 첫 토론회를 생중계하던 시간이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는 자막으로 간단하게 처리됐다. 국민의 관심이 쏠린 친인척 및 측근 비리와 관련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은 며칠 전부터 나왔고, 그 시점은 검찰이 이상득 전 의원을 기소할 때쯤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이런 예상을 깨고 마치 무엇에 쫓기기라도 하듯 전격적으로 사과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통령의 사과는 내용 못지않게 형식도 중요한 법이다. 일각에서 기록용으로 남기거나 사과하는 모양새만 갖추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