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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계문화유산 음식문화

Posted November. 19, 20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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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일을 뺀 프랑스인의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페리티프(식전 술)전채생선 혹은 육류치즈와 디저트식후 술로 이어지는 코스는 프랑스인이 빼놓지 않고 지키는 식사순서다.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을 곁들이고 3시간씩 이어지는 식사 중에 끝없이 대화를 나눈다. 프랑스인이 시위할 때 종종 맥도널드 점포를 공격하는 것도 패스트푸드가 프랑스 문화의 자존심을 건드리기 때문이라고 프랑스 언론은 분석한다.

희귀한 재료에 갖은 재주를 부리는 프랑스 요리와는 달리 토마토 올리브 등을 많이 쓰는 지중해식 요리는 음식 자체의 맛을 살린다. 이탈리아에서는 총리가 음식 구설수로 물러난 일도 있다. 좌파 민주당(PDS) 출신으로 1998년 총리가 된 마시모 달레마는 총선 직전 선전물을 돌리고, 포스터를 붙이며, 토르텔리니나 만드는 관대한 활동가로 구성된 좌파에는 미련이 없다고 말했다가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토르텔리니는 볼로냐 지방의 대표적인 파스타다. 어설픈 좌파 정책은 시행하지 않겠다는 뜻이었지만 다수 유권자의 분노를 사 선거에 대패했다. 누가 우리 김치를 경멸하는 발언을 했다면 마찬가지 대접을 받을 것이다.

프랑스 요리, 지중해식 식사, 멕시코 요리 등 세 지역의 음식문화가 16일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지중해식 식사는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모로코가 공동 신청했다. 구전문학 지역축제 전통음악 전통춤 같은 무형문화유산이 있지만 음식문화가 선정되기는 처음이다. 음식 자체는 신청 대상이 아니어서 해당 국가들은 식재료를 얻는 방식, 식사법, 테이블 세팅 또는 음식과 관련된 스토리를 강조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바야흐로 요리를 테마로 한 문화전쟁이 벌어질 판이다.

요리라면 자부심이 넘치는 중국인들도 세 지역 음식문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바라보는 기분이 묘할 것이다. 우리도 2008년 조선 궁중요리에 대해 등재신청을 했지만 당시 유네스코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음식문화는 상업성을 띨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보았듯 우리는 요리의 맛 영양 색깔에 더해 음양의 조화까지 따진다. 중요무형문화재 38호인 조선 궁중요리도 세계무대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