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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이 무서워

Posted August. 12, 201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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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2008년 이후 3년 연속 풍년이 예상되는 가운데 쌀 재고가 급증하고 있어 하반기 쌀값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11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쌀 재고는 적정수준인 72만t의 두 배가 넘는 149만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풍년으로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소비량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북관계 악화로 2008년 이후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된 것도 쌀 재고 증가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재고가 쌓이면서 쌀값은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2월 80kg 1가마에 16만 2188원 수준이던 쌀값은 지난달 13만 3500원 대까지 내려갔다. 쌀값이 목표가격(17만 83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농민들에게 지원하는 변동직불금도 올해 1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술 개발과 품질 개량을 통해 생산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소비량은 매년 줄고 있기 때문에 현재 재고 물량 중에는 2005년에 생산된 쌀도 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 쌀을 수매하고 유통시키는 역할을 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의 고민은 더 크다. 쌀값 하락으로 수매가 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바람에 손해는 늘어가고, 그렇다고 보관하자니 더 이상 보관할 공간도 없는 실정이다. 경기 북부 지역의 한 RPC 관계자는 올해 1만2500t의 햅쌀이 들어올 텐데, 아무리 계산해 봐도 1만t 가량이 남을 것 같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막막한 상황에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쌀 소비 진작과 함께 공급 감소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묵은 쌀을 주정용 및 사료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대북 지원 재개를 쌀 문제 해결의 한 방법으로 제안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제조사단까지 참여한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에서 북한 소행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직까지 남측의 조작극이라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북 쌀지원 카드를 꺼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