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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약지 공천율 10 %

Posted May. 13, 2010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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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호남권 31개 선거구 가운데 한 곳에서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2위를 한 곳도 7곳에 불과했다. 이 지역 한나라당 후보들의 평균득표율은 7.1%였다. 민주당은 당시 영남권 68개 선거구 중 2곳에서 당선자를 냈지만, 2위 지역은 8곳에 그쳤다. 영남권 민주당 후보들의 평균득표율은 8.6%였다. 이런 지역편중의 선거결과를 보면서 자기 당의 불모지역에 깃발을 꽂겠다고 나서는 통 큰 후보는 많지 않다.

62지방선거 후보 공천이 90%이상 마무리된 11일 현재 한나라당은 호남의 41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0% 가량인 4곳(전주 여수 부안 진도)에만 후보를 냈다. 민주당은 영남의 70개 기초자치단체 중 19%에 해당하는 13곳에 공천을 했다. 2006년 지방선거때는 한나라당이 호남권 기초단체장의 17%(7곳)에, 민주당의 전신격인 열린우리당이 영남권의 56.9%(41곳)에 후보를 냈다. 취약지 공천율이 더 떨어진 셈이다.

이른바 텃밭 지역에는 공천지망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공천결과에 대한 반발이 끊이지 않는다. 광주지법은 11일 민주당 목포시의원 경선에서 탈락한 5개 선거구 6명의 예비후보가 전남도당을 상대로 낸 당선인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한나라당에서는 경남 양산시장 후보 공천에 무려 13명의 후보가 나섰다가 공천결과에 불복하는 가처분신청이 제기됐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경남도당은 4명의 후보를 상대로 다시 여론조사를 벌이는 진통을 겪었다.

상대 당의 기반지역에 출마했다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출마했느냐는 면박을 당하거나 건네준 명함이 면전에서 찢겨지는 수모를 당했다는 후보도 적지 않다. 명색이 제1,2당인 정당들이 상대당의 안방 지역에 후보 공천을 10%대밖에 할 수 없으니 아직도 지역주의는 치유불능의 중병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로 2시간 40분만에 도달하는 손바닥만한 나라의 서글픈 정치 현실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명실상부한 전국정당화를 위해 취약지를 보듬는 노력을 부단히 할 필요가 있다. 정당의 허약함과 후보들의 비겁함만 탓할 일도 아니다. 유권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지역주의의 아성은 깨지지 않을 것이다.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