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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언제 통화정책 헷갈리네

Posted April. 27, 201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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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이 핵심인 출구전략을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의 고민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잇따라 제기되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출구전략 시기상조를 강조하던 정부의 기존 논리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례적으로 저금리의 부작용을 우려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출구가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 기존 입장 바꾸나

윤 장관은 25일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저금리로 빚어진 과잉 유동성 때문에 금융위기가 생겼는데 다시 한 번 저금리로 이 사태를 수습하고 있어 위기를 잉태하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던 윤 장관이 저금리의 폐해를 언급한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이틀 전인 23일 윤 장관은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은 11월 G20 정상회의까지 논의될 문제라고 밝혔다. 이틀 만에 전혀 다른 뉘앙스의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이를 놓고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각국 사정에 따른 출구전략 시행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윤 장관도 이에 동감했고, 앞으로 한국 정부의 출구전략 시기상조론도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출구전략 공조가 강조된 반면 이번 워싱턴 회의에서는 재무장관들이 경제회복이 국가 간 지역 간에 다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국가별로 자국의 상황에 맞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윤 장관은 지난해 초 장관으로 내정된 직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금리가 위기를 잉태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의 25일 발언은 마음 한쪽에 품고 있던 문제의식이지만 언급을 자제해왔던 초저금리의 부작용을 이제는 다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빛바랜 정부의 국제공조 논리

금리인상이 시기상조라는 기존 정부 논리의 배경은 크게 민간의 자생적 성장이 확인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와 G20 의장국으로서 국제공조를 해야 한다는 두 가지였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논리 모두 근거에 금이 간 상태다.

재정정책의 출구전략은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가 시행에 들어갔다. 통화정책도 인도가 지난달에 이어 2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고 호주는 지난해 10월 이후 5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6월 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캐나다도 상반기 중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현 시점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이미 금리인상 타이밍을 놓쳤다. 1분기 중 조금이라도 올렸어야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은, 주도권 잃고 갈팡질팡

통화정책의 결정권자인 한은은 방향을 못 잡고 있다. 한 경제연구소 전문가는 한은이 지난해 말부터 통화정책에서 정부 눈치를 보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이제는 완전히 정부에 주도권을 빼앗겨버렸다며 사실상 한은이 아니라 정부가 통화정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김중수 총재가 취임 이후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가계부채는 위험한 상황이 아니다와 같은 발언을 쏟아내면서 시장에 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더블딥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진단해왔고 가계부채를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 1호로 꼽았는데 새 수장이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위적으로 저금리를 오래 끌고 가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막아 기업에도 불리하기 때문에 정부와 한은은 지금이라도 금리인상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재윤 박형준 jaeyuna@donga.com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