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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이와 현명함

Posted April. 07, 20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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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은 타고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왜 요즘엔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수학을 잘할까. 리처드 니스벳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 교수는 이런 화두를 붙잡고 문화와 지능의 관계에 관한 숱한 연구를 쏟아내고 있다. 생각의 지도 저자로 한국에도 독자가 많은 그는 지능은 유전이 아니라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한국 일본 중국인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는 더 열심히 공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니스벳 교수가 갈등 해결에 나이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시간 주에 거주하는 247명을 대상으로 2540세, 4159세, 60세 이상 세 그룹으로 나눠 갈등 상황을 제시하고 결과를 예측하게 했다. 그 결과 실험참여자의 교육과 지능, 경제적 수준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데 중요한 요소였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분쟁 해결능력이 뛰어났다. 나이가 들면 지혜가 생긴다(Years bring wisdom)는 서양 속담은 시대를 뛰어넘는 진리였다.

고려장 풍습이 있던 고구려 때 박정승은 노모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올라갔다. 그가 눈물로 절을 올리자 노모는 네가 길을 잃을까봐 나뭇가지를 꺾어 표시를 해두었다고 말한다. 차마 노모를 버리지 못한 그는 국법을 어기고 노모를 모셔와 몰래 봉양한다. 그 무렵 당나라 사신이 똑같이 생긴 말 두 마리를 끌고 와 어느 쪽이 어미이고 어느 쪽이 새끼인지 알아내라는 문제를 낸다. 못 맞히면 조공을 올려 받겠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로 고민하던 아들에게 노모는 말한다. 말을 굶긴 다음 여물을 주렴. 먼저 먹는 놈이 새끼란다. 고려장을 폐지하는 계기가 된 일화라고 전해진다.

집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리라는 그리스 격언은 삶의 경륜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가정과 마찬가지로 국가와 사회에도 지혜로운 노인이 필요하다. 물론 노인이 되면 기억력이 떨이지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자신의 경험에 집착하는 경향도 있다. 그 대신 나이는 기억력을 가져간 자리에 통찰력을 놓고 간다. 노인의 지혜와 경험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국가적 위기일수록 국가원로의 지혜와 통찰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