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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룸살롱식 국제결혼

Posted March. 22, 2010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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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숫처녀와 결혼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초혼 재혼 장애인 포함 100% 성사 비용은 후불 카드 결제 신부 입국 안 될 때 전액 환불.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지만 국제결혼 중개업자들이 전국 곳곳에 내걸었던 낯 뜨거운 광고 문구들이다. 베트남 캄보디아 같은 동남아 국가에서는 한국인 남성 1명이 수십 명의 여성을 놓고 배필을 고르는 이른바 룸살롱식 맞선까지 등장했다. 맞선에서 탈락한 수십 명의 여성과 그 가족, 나아가 캄보디아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무례다.

캄보디아 정부가 캄보디아인과 한국인의 결혼을 잠정 중단시켰다. 캄보디아에서 집단 맞선은 불법이다. 캄보디아에서는 국제결혼 상대의 약 60%가 한국인이다. 코리안 드림을 찾아 한국인과 결혼하려는 외국인 여성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내는 행위다. 알선업자들이 결혼 당사자들의 개인 신상이나 재산을 거짓으로 소개하거나 과장해 이혼과 가정불화로 이어지는 사례도 만만찮다. 나라망신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외국계 주민이 100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다문화 다민족 사회로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결혼의 13.6%에 해당하는 4만3121건이 국제결혼이었다. 특히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졌던 농촌 지역은 외국인 며느리들이 아니면 가족은 물론 공동체의 유지조차 어려울 정도로 국제결혼이 보편화했다. 그런데도 순혈()주의 의식이 강한 우리 사회에는 결혼 이주 여성들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다. 보건복지부의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결혼 이민자의 34.8%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 여성들의 농촌 총각들과의 결혼 기피 현상과 우리 사회의 국제화 다문화 추세를 고려하면 국제결혼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외국인 이주자들이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도록 우리가 마음을 열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에게 닫혀 있는 사회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국격()에도 어룰리지 않는다. 신부를 데려올 때도 예의를 갖추고, 데려와서도 한국인과 똑같은 며느리로, 아내로 대접해야 한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