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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술진보에 뒤져 중산층에서 밀려나는 사람들

[사설] 기술진보에 뒤져 중산층에서 밀려나는 사람들

Posted March. 17, 201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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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인 가구와 농어가를 제외한 전체 가구 중 중산층이 66.7%(가처분소득 기준)로 6년 전인 2003년의 70.1%에 비해 3.4%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빈곤층은 11.6%에서 13.1%로 늘었다. 상류층도 18.3%에서 20.2%로 많아졌다. 중산층이 줄고 빈곤층과 상류층이 늘어나는 양극화 경향은 사회 갈등을 일으키고 경제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산층 감소 현상은 세계적 추세인 고령화와 기술진보 등 구조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 세계 곳곳에서 빈발하는 경제위기도 중산층 붕괴를 부채질한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들의 빈곤층이 1985년 인구의 9.3%에서 2005년 10.6%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핀란드 독일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는 상류층과 중산층 간 격차도 커졌다.

한국의 중산층 감소추세는 OECD 다른 회원국들보다도 빠르다. 1982년 66.7%였던 중산층 비중은 1992년 75.2%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08년 63.3%까지 떨어졌다. 중산층 기반의 약화와 함께 소득 격차도 커졌다. 소득불평등도는 1997년 3.72에서 2007년 4.74로 높아져 분석 대상 회원국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07년 기준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도 25.6%로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의 중산층 붕괴 속도가 빠른 것은 경제위기로 일자리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고령화와 기술진보가 급속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기술진보로 인해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반면 저급 노동 수요가 줄어들면서 일자리를 못 구한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밀려나고 있다. 기술진보를 따라가지 못한 사람들이 중산층에서 탈락하는 것이다.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 간 소득격차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노령화한 1인 가구도 일자리를 잃고 빈곤층으로 이탈하고 있다.

중산층이 무너지면 계층 갈등이 심화해 사회 불안을 증폭시킬 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중산층이 튼튼하지 못하면 내수 기반이 취약해져 경제가 활력을 잃는다. 다른 OECD 회원국처럼 사회복지 지출을 늘리면 중산층 감소와 빈부격차의 심화를 다소 누그러뜨릴 수는 있겠지만 지속적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정부는 작년 3월 가계 소득을 늘리고 교육비 의료비 등의 가계 부담을 줄이는 중산층 키우기 휴먼 뉴딜 정책을 내놓았으나 아직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신성장 동력 산업과 서비스산업을 키우면서 기술진보 탈락자들을 줄여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