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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전 모범운용 한국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정당하다

[사설] 원전 모범운용 한국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정당하다

Posted March. 13, 20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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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원자력정상회의에서 정운찬 총리가 사용후핵연료를 자원으로 재활용하고 고준위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다자() 협력을 제의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정부 최초의 공식적인 의지 표명이다. 원자력발전소 안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는 2016년 완전 포화상태에 이른다. 이전에 우리는 고준위폐기물을 줄이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이 나온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재처리를 금하는 원자력협정을 맺고, 40년 전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발효시켰다. 한국은 이 규제를 성실히 준수했다. 1991년 핵무장을 포기하는 비핵화선언을 하고, 이듬해 북한을 끌어들여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을 했다. 북한은 약속을 어기고 두 차례나 핵실험을 했지만 한국은 비핵화 원칙을 굳게 지켜 나갔다.

한국은 1990년 원전의 안전성을 감독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을 만들었다. 2006년엔 군사 목적 등으로 핵물질을 전용하는 것을 막는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을 창설해 자체 감시를 강화했다. 이러한 노력 덕에 한국은 국제사회의 걱정을 사지 않고, 아랍에미리트에 원전 수출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은 플루토늄을 추출하지 않으면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다시 핵연료를 만드는 파이로 프로세싱을 연구하다 예산 부족으로 중단했다. 현재 이 연구에서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고준위 폐기물의 양을 2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 정부가 다자 협력을 제안하고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 등 우방국과 공동으로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미국도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수준이라면 용인한다는 생각이다.

북의 핵실험 이후 남한의 일부 보수층은 독자적으로 핵주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주권론은 우방국의 불안을 증대시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가는 데 방해물이 될 뿐이다. 북한의 비핵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은 원자력발전 세계 3강으로 사용후핵원료의 중간저장보다는 재활용시설을 갖추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이를 위한 기술개발과 운영과정에서 국제기구의 감시와 통제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라는 세계 공통의 고민을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국가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