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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직부패와 계좌추적권

Posted November. 27, 200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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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씨는 젊은 시절 재야 민주화운동을 하다 5번 투옥돼 10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그가 1996년 신한국당에 들어갔을 때 사람들은 전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전향은 애당초 없었다. 좌파라서, 사회주의자라서 독재와 싸운 것이 아니라 옳지 않은 것에 대항했을 뿐이라고 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했다. 3선() 국회의원에 한때 이명박 정권의 2인자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20년 넘게 23평짜리 한옥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그가 국민권익위원장을 맡았을 때 지인들은 제자리를 찾았다고 촌평했다.

이 위원장은 권익위 감사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5개 기관이 참여하는 반부패기관연석회의를 정례화하고, 고위 공직자의 청렴도를 평가해 공개하겠다고 했다. 공무원들에게 5000원짜리 점심을 먹자고 권유했다. 취임 두 달 만에 군()의 고도제한과 관련한 강원 양양군 주민의 48년 된 민원과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울산 울주군 주민의 미활용 학교용지 관련 민원을 뚝딱 해결했다. 그러나 평가는 극과 극이다. 힘 있는 위원장이 할일을 하고 있다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정치적 행보나 월권이라는 비난도 따른다.

권익위 관련법 개정 문제를 놓고도 시끄럽다. 권익위는 공직자 부패행위 조사를 위해 금융기관에 금융거래정보 제출을 요구하고, 공공기관과 공직자의 청렴도를 평가하기 위해 평가 대상자에 관한 신상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입법예고했다. 특히 금융거래 정보 제출 요구는 사실상 계좌추적권을 갖겠다는 것이다. 권익위의 소속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바꾸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에 대해서도 세간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부패 척결은 국가적 과제이다. 공직사회의 투명도는 경제발달 수준에 현저하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청렴위를 계승한 권익위가 공직부패 척결을 위해 팔뚝을 걷어붙인 것까지는 좋다. 이 위원장이 강력하게 추진하면 공직사회가 긴장할 것이다. 그러나 매사 과유불급(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이다. 권익위가 요구하는 권한을 다 갖게 되면 감사원을 능가하는 권력기관이 생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