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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세균 대표의 탈이념 승부론과 헌재 불복

[사설] 정세균 대표의 탈이념 승부론과 헌재 불복

Posted November. 02, 200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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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민주정부 10년간 여러 정책이 시행됐지만 지난 정부의 정체성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며 성찰 반성을 통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 보수 중도의 이념논쟁을 초월해 국민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라면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정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선전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어제 약속한 민주당의 변화가 실행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가 내년 지방선거까지 6개월 동안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과 진검승부를 할 것이라고 말한 데서 드러나듯이 탈이념 실용노선 천명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서도 필요한 전술적 선택일 수 있다. 특정 정당의 선거전략적 고려라 해도 결과적으로 국리민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정 대표는 올봄에도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중심의 뉴민주당 플랜을 추진하려다가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잇단 서거 이후 당내 386 출신과 일부 친() 노무현 세력에 등을 떠밀려 강경투쟁 노선으로 회귀한 적이 있다. 전문경영인 출신 정세균 대표와 전략통 이강래 원내대표가 강경 장외투쟁에 매달리는 내부의 수구적 탈레반 세력을 제어하지 못하고 당내 입지확보에만 연연한다면 민주당은 지지기반의 확대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의 변화는 헌법재판소가 유효라고 결정한 미디어 관계법 수용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김형오 국회의장 사퇴 요구 같은 상투적 대응은 변화와 거리가 멀다. 김 의장은 민주당이 국회표결을 반년 가까이 폭력적으로 가로막는 바람에 헌법상 다수결 원칙과 국회법에 따라 직권상정 절차를 밟았다.

헌재가 언급한 법안의 심의표결권 침해도 따지고 보면 민주당의 의사진행 방해가 선행원인이었다. 미디어법의 입법 절차에 부분적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법 전체가 무효라고 하는 것은 맥주 한 잔만 마셔도 무조건 음주운전이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술을 억지로 먹이다시피 한 사람들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민주당이 미디어법의 국회표결에 대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놓고 정작 그 결과엔 불복하는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자기중심적 행태다. 정 대표가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려면 미디어법 처리에 반발해 천정배 최문순 의원과 함께 김 의장에게 제출한 의원직 사퇴서부터 거둬들여야 한다. 사퇴서가 수리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버티는 것은 위선이다.

미디어산업을 육성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먹을거리를 키우는 것이 국민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실용정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