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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개선 희망 의도는

Posted October. 12, 200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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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중일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였다. 김 위원장의 6자회담 참여 가능성 언급이 어떤 맥락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북핵 문제 해결구도의 향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형상 북측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6자보다는 각개격파를?

원 총리는 북측이 양자 및 다자채널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희망한다고 했다며 (다만 북측이) 조건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북측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라는 조건을 여전히 내걸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 총리는 북핵 문제 해결의 길을 만들어 나가려면 북한을 향한 적극적인 자세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6자회담 재개 여부에 대해 기회를 제대로 틀어쥐지 못하면 사라질 수 있다며 기회를 잡고 이용해야 우리는 적극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절박한 북한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힘든 중국의 처지를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원 총리는 특히 북측이 북-미관계 개선을 희망했을 뿐 아니라 한국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중국이 북한과 접촉했고, 북-미 접촉도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6자회담 이전에 한국과 일본도 북한과의 접촉에 나서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움직임을 만들자고 주문한 셈이다. 원 총리가 전한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및 북-일관계 개선 의향은 북-미 접촉6자회담이라는 현재의 예상 구도를 북-미 접촉남북 접촉 및 북-일 접촉6자회담의 방향으로 바꾸기를 희망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태도는 미국과 핵문제를 협상하고 한국과 일본으로부터는 경제적 지원을 챙기는 이른바 각개격파의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북-미 접촉의 진행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신중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섣부르게 접근방식을 바꾸면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제안보다는 행동이 필요해

김 위원장이 북-미 접촉을 앞둔 시점에 한국 일본과의 관계개선 의사를 나타낸 것은 북-미 양자협상 구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계산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남북대화가 단지 북한에 경제지원을 하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측에 그랜드 바겐 구상을 설명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북핵 문제를 남북대화와 연계해 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을 매개로 한 북한의 의사 전달 방식이나 내용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이 보여준 태도와 유사한 데다 일단 제재 국면을 피하고 핵 포기 없이 유화 국면을 이끌려는 전술이다. 북한의 의도대로 따라간다면 당장 남북대화가 열려도 결국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대북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투 트랙 어프로치(이중접근법)를 지속하면서 북한이 진정으로 핵 포기에 나설 경우 남북관계를 개선한다는 목표를 유지할 방침이다.



김영식 고기정 spear@donga.com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