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결혼의 경제학

Posted October. 08, 2009 09:07,   

ENGLISH

나이든 처녀 총각들은 추석 때 어른들께 잔소리깨나 들었을 것 같다. 들을 땐 괴롭지만 어른 말씀이 과히 틀리지 않다는 건 나이 들어보면 안다. 돈 모으려면 결혼하라는 말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오하이오 대학의 제이 자고르스키 교수가 실증적 조사결과를 내놨다. 결혼한 베이비부머(194664년 출생률 급증기에 태어난 세대)는 1년에 16%씩 알토란같이 재산을 불린 반면, 이혼 사별 별거 독신 상태인 베이비부머의 재산증식은 이들의 절반에 불과했다. 둘이 벌면 혼자 버는 것보다 낫고, 한사람이 일자리를 잃어도 배우자가 벌 수 있어 우량 실직보험과 같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미국에선 한 부모 가정의 빈곤률이 보통 가정의 다섯 배나 된다. 같은 한 부모 가정이라도 엄마만 있는 집이 더 어려운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최근 뉴스위크지가 소개한 최선의 빈곤 대책이 여성을 일자리로다. 여성들이 일하기 좋게 어린이집을 많이 만들고, 직업훈련 기회와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여성을 위한 정책이자 양극화 해소 정책이다.

노동부가 최근 실시한 실업급여 수급 종료자 생활실태 조사에 따르면 실업급여를 받을 당시 수급자 4명 중 한 명이 실업급여가 생활비의 전부였다고 응답했다. 실업급여가 종료된 뒤 생활은 10명 중 4명이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수급 종료자 중 53.4%가 여전히 무직 상태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실업급여 수급자 가운데 두 명 중 한 명꼴인 다른 가족의 근로소득이 있는 사람은 그나마 나은 셈이다. 실업급여 수급이 끝나기 전 재취업할 수 있게 직업 훈련이나 알선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조치가 절실하다. 진보 성향이면서도 우파적 가치인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젊은이들에게 세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먼저 학업을 마치고, 일자리를 구한 뒤에, 결혼을 하라는 것이다. 아이는 그 다음에 가지라고 했다. 이 순서가 중요하다. 밥벌이할 역량과 기술을 제대로 갖춰야 괜찮은 일자리를 잡을 수 있다. 취직도 안했는데 결혼부터 하거나, 결혼 않고 아이부터 덜컥 낳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무책임이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