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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옥외집회 금지, 헌법 불합치

Posted September. 25, 200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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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기 전이나 진 후에는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 경찰서장이 이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0조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4일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10조와 이를 어겼을 경우 벌칙을 규정한 23조에 대해 재판관 5(위헌) 대 2(헌법불합치) 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해당 조항을 2010년 6월 30일까지 국회가 개정토록 했으며 개정 전까지는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 개정시한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조항들은 자동으로 효력을 잃게 된다.

야간 옥외집회 과도한 제한은 위헌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국민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 사회의 공공질서 보호를 위해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입법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는 식의 시간제한은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민형기 목영준 재판관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는 광범위하고 가변적인 시간대의 옥외집회를 금지한 것은 직장인, 학생 등은 사실상 집회를 주최하거나 참가할 수 없도록 해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회금지 시간대를 광범위하게 정하지 않더라도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며 어떤 시간대에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것이 입법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집회의 자유를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하는 것인지는 입법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강국 이공헌 조대현 김종대 송두환 재판관은 야간 옥외집회에 대해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은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과 집회에 대한 허가금지를 규정한 헌법 21조 2항에 정면으로 위반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김희옥 이동흡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검찰 법 개정 때까지 계속 적용

검찰은 헌재가 법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는 이 조항을 적용하도록 한 만큼 현재 해당 조항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공소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또 법 개정 이전에 해당 조항 위반 사례가 나타날 경우 기존 법을 적용해 기소하기로 했다. 또 경찰청은 각계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관련 조항의 개정작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면서도 다만 개정 전까지는 유효하므로 개정 때까지는 현행법을 준수해 달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반면 법원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처리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헌재가 한시적 법 적용을 명령한 만큼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실상 위헌 결정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헌재 결정을 재판에 어떻게 적용할지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판사는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해서도 헌재에서 위헌 여부를 심사하고 있는 만큼 결정이 날 때까지 재판을 늦추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헌재 결정이 실제 재판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간 옥외집회 금지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913명 가운데 이 조항만으로 기소된 사람은 35명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형량이 더 높은 일반교통방해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돼 있다.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은 집회 주최자의 경우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만 원 이하, 단순 참가자의 경우 벌금 50만 원 이하 또는 구류처분으로 법정 형량이 낮은 편이다.



전성철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