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차이메리카의 비극

Posted August. 28, 2009 03:40,   

ENGLISH

돈 잘 쓰는 남자(또는 여자)와 돈 아끼는 여자(또는 남자)가 만났다. 두 사람은 잘 어울릴수 있을까. 미국 미시간대학 마케팅교수인 스코트 릭에 따르면 답은 예스다. 극과 극은 통하듯, 음양()이 서로 어울리듯, 이들은 이끌리게 돼 있다. 호기롭게 펑펑 돈 쓰는 사람은 속으론 은근히 자신의 사치벽을 끔찍해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의 알뜰살뜰함에 감동하기 쉽다. 문제는 그 사랑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시간대학 연구팀이 상극()부부가 비슷한 소비태도를 가진 부부보다 더 불행하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결혼의 숱한 갈등이 실은 돈에서 비롯된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도 구두쇠-낭비벽 커플 같다. 2006년 미국 하버드대학 경제사학자인 닐 퍼거슨은 차이메리카(China+America)란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중국이 수출한 상품을 미국은 수입하고, 중국이 저축한 돈을 미국에 꿔주면 미국은 또 그 빚낸 돈으로 소비하는 상호 의존 및 보완관계다. 유가가 다락같이 올랐는데 돈이 흔하고, 경제는 놀랍게 성장하는데 물가가 안정됐던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는 사랑에 빠진 이들 연인 덕이었다. 2007년 미국의 집값 거품이 꺼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퍼거슨 교수가 최근 뉴스위크지에 중국과 미국은 이혼으로 치닫고 있다고 썼다. 중국은 알뜰하게 쟁여 둔 외환보유고(2조1000억 달러)의 가치가 떨어질까봐 미국이 돈까지 찍으면서 재정지출을 늘리는데 우려한다. 사치스러운 배우자에 정나미가 떨어진 사람 같다. 510년 내 중국이 자국화폐를 세계의 기축통화 자리에 올려놓으려고 할 때가 완전히 거울을 깨고 갈라서는 날이다.

그래서 차이메리카라는 이름을 붙였던 거다. 균형이 맞지 않는 관계는 결국 키메라(그리스 신화 속의 불을 뿜는 괴물)가 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신문인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퍼거슨이 한 말이다. 한국도 외부요인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국내소비 진작에도 힘쓸 필요가 있다. 상극부부 역시 키메라로 끝나기 싫으면 상대의 소비패턴과 비슷하게 가는 게 좋다. 글로벌 경제침체가 여러 관계를 시험하고 있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