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하늘문 연 나로호, 우주개발 이제 시작이다

[사설] 하늘문 연 나로호, 우주개발 이제 시작이다

Posted August. 26, 2009 08:21,   

ENGLISH

삼 이 일. 카운트다운과 함께 우리나라 위성발사체 나로호(KSLV-1)가 연기와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를 향해 힘차게 솟아올랐다. 발사 10분 뒤 과학기술위성 2호가 마침내 우주 궤도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 사이에 일제히 환호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로써 한국은 자국에서 위성발사에 성공한 세계 10번째 나라가 됐다. 우주로 향한 대한민국의 꿈에 새 장()을 연 것이다.

이번 발사는 러시아에게 2억 달러를 주고 1단 액체 로켓을 빌려온 탓에 절반의 성공이라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단 로켓을 제외한 2단 로켓, 컴퓨터, 연료통, 위성 본체 등 나머지 부품은 모두 국내 기술로 제작됐다. 우리는 인력이나 자금 면에서 오래 전 우주개발에 착수한 국가들에 비해 훨씬 불리한 여건을 갖고 있다. 연구인력만 해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만8000명, 인도의 우주개발기구(ISRO)는 1만6000명에 이르지만 한국의 항공우주연구원은 670명에 불과하다. 이번 성공은 세계에 우리의 과학기술 능력을 과시하고 우주선진국 진입을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쾌거임에 틀림없다.

우주발사체는 정교함과 거대함이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진 첨단 기술력의 집합체다. 발사체 하나에는 30만 여개의 부품이 들어가고 수많은 부품들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기능을 발휘해야 발사에 성공할 수 있다. 1950년대 미국과 소련이, 그리고 최근 들어 일본과 중국이 우주경쟁에 열을 올리는 것은 우주개발이 첨단기술의 개발 및 확보와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11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했지만 모두 외국 우주발사장과 발사체를 이용했다. 이번에 우리 연구진이 나로호를 쏘아 올리면서 로켓의 설계 개발 조립 발사 운영 등 로켓 발사의 전 과정을 습득했던 것은 향후 우주기술의 개발과 후속 작업을 위해 중요한 경험이었다. 160개 기업들이 발사체 개발과 제작에 참여한 것도 산학 협동을 통한 첨단기술의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에 따라 나로호 발사 성공이 가져올 경제와 산업파급 효과가 최대 2조34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긍지를 높이고 국가브랜드 상승에 기여한 점이다. 우리도 자체적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나라라는 국민의 자부심은 다른 분야에서도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중국의 경우 유인우주선 선저우 발사 성공에 따른 국가브랜드 상승효과는 베이징올림픽과 맞먹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주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생각할 때 나로호 발사는 머나먼 여정의 첫 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다. 내년도에 쌍둥이 나로호 발사가 예정돼 있고 2018년까지는 숙원사업인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2)를 발사시켜야 한다. 이번 발사과정의 큰 문제점이었던 러시아 기술의존도를 낮추고 기술자립을 실현하는 것도 과제다. 우주산업은 21세기 새로운 국부()를 창출한 신기술의 원천이다. 우주로의 대장정()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