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홍콩은 지금 대륙과 경제 밀월중중국반환 12주년 르포

홍콩은 지금 대륙과 경제 밀월중중국반환 12주년 르포

Posted July. 28, 2009 08:23,   

ENGLISH

23일 오전 11시 우리나라 광화문역쯤에 해당하는 홍콩 센트럴역에서 지하철(MTR)을 타고 40여 분 만에 로후역에 내렸다. 중국 선전과 통하는 국경이 있는 곳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세관 통과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 홍콩과 중국 시민들은 전자패스만 갖다대고 바로 국경을 통과한다. 마치 환승객인 것처럼 국경 통과가 간단해 보인다. 번호판을 두 개 붙여 놓고 국경을 오가는 차량도 많다. 홍콩과 중국이 하나라는 것을 공감각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장소다.

왕래가 자유롭다 보니 두 곳 시민들의 삶은 많이 변했다. 홍콩 사람들은 중국의 값싼 인력과 서비스 덕분에 삶의 질이 높아졌고 중국 선전 사람들은 홍콩 자본 유입으로 벼락부자가 됐다. 선전에 집을 사서 홍콩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많다고 한다. 광저우와 선전, 홍콩을 넘나드는 고속철도가 2011년 완공되면 선전홍콩을 13분 만에 다닐 수 있다.

중국 반환 후 홍콩을 찾는 중국 방문객은 급증했다. 반환 전인 1996년 210만 명에서 반환 5년 만인 2002년 410만 명, 2004년 1200만 명, 요즘은 1600만1700만 명 수준이다. 지난 12년 동안 중국은 1998년 외환위기,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홍콩경제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중국 관광객을 늘리는 식으로 홍콩 내수를 활성화시켰다. 2003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됐던 홍콩경제가 3% 성장으로 돌아섰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그해 중국과 맺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라는 무역협정. 덕분에 홍콩은 농수산물 등 1500여 개 품목을 중국에 무관세로 수출한다. 서비스 분야도 42개 분야에서 규제가 폐지 및 완화된 상태다. 결과적으로 홍콩은 중국 반환으로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다.

CEPA 체결로 20042008년 홍콩 내에서는 무려 4만32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센트럴역 명품 매장에서 만난 한 종업원은 중국 부자들이 몰려와 진열대를 보면서 이쪽 끝에서 저쪽 끝 물건을 모두 포장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옛날엔 푸퉁화(중국표준어)를 쓰면 좀 못살고 촌티 나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강했는데 지금은 부자일 것이라는 생각에 대접이 180도 다르다고 전했다. 지난해 멜라민 분유 사태 때는 중국인들이 분유를 싹쓸이해 품귀를 빚었을 정도다.

홍콩 대외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1년(40.3%) 40%대를 넘어 지난해에는 47.4%나 된다. 2008년 기준 홍콩이 중국에 투자한 액수도 410억 달러(중국 투자액의 43%)에 이르러 대()중국 투자 1위를 기록했다.

석동연 홍콩 총영사는 투자액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홍콩이 중국의 미래와 잠재력을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무조건 들어가는 게 아니다. 리스크에 대한 정보력에서 기업만큼 뛰어난 조직이 없다. 중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곳이 홍콩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요즘엔 중국을 알려면 홍콩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당연시된다고 한다.

홍콩경제 역시 요즘 글로벌 경제위기로 신음 중이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2.6%, 올 1분기 성장률은 7.8%에 이른다. 그러나 현지에서 만난 홍콩 경제계 인사들은 중국경제가 바닥을 쳤으니 홍콩경제도 곧 좋아질 것이라며 낙관했다.

홍콩 무역을 총괄하는 홍콩무역개발위원회 이코노미스트 딕슨 호 씨는 홍콩경제와 중국경제는 이미 하나로 묶였다. 중국의 성장은 오랜 기간 지속되리라 예상되며 이와 연결된 홍콩경제 역시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총장 레이먼드 씨도 중국과 홍콩은 한가족이나 마찬가지다. 1997년은 (중국) 반환이 아니라 (중국으로) 회귀된 해라고 단언했다.

우리나라 코엑스에 해당하는 무역개발위원회 바로 앞에는 중국인민해방군 청사가 있다. 1만 명의 인민해방군이 홍콩에 주둔하고 있지만 거리에서 군인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외출 시 사복으로 갈아입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석 총영사는 중국의 홍콩에 대한 무간섭과 배려는 1국 2체제의 안정감을 주어 결국 대만과의 경제통합을 향한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홍콩 대만과 경제통합을 이뤄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치열한 고민을 시작할 때라고 조언했다.



허문명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