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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학교가서 학교 바꾸다

Posted July. 23, 200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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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운영하는 학교들이 변화에 상대적으로 무딘 일선 교육현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서울지역에서는 아예 학교 형태를 전환하는 등 발 빠른 변신을 해 주목받고 있다. 기업가의 도전정신이 학교 운영에 접목되면서 기존 교육현장에 자극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보인고등학교가 대표적이다. 2006년까지 전문계고(상업학교)였던 보인고는 2007년 인문계로 전환한 뒤 올해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에 선정됐다. 자율형사립고는 수업료는 비싸지만 교육과정 운영이 일반고보다 자유롭다. 비록 1년 유예기간을 둔 조건부지만 인문계 전환 3년 만에 거둔 변신이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보인고의 변신에는 김석한 이사장(54)의 노력이 숨어 있다.

보인고의 전신 보인상고 출신인 김 이사장은 인조모피를 생산하는 인성하이텍 사장이다. 그는 2005년 학교를 인수한 뒤 지금까지 약 100억 원을 학교에 투자했다.

김 이사장은 과감한 투자가 학교 변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 교육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학교 간 경쟁이 확대되면 기업이 운영하는 학교가 더 두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회사인 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할 하나고 역시 주목받고 있다. 내년에 개교하는 하나고는 서울 지역의 유일한 자립형사립고다. 자립형사립고는 현재 전주 상산고, 강원 민족사관고 등 전국에서 6개 학교가 시범 운영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포기 의사를 밝힌 곳도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학교 운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진성 전 고려대 교수를 교장으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재단 이사로 참여시키는 등 운영진 확보에 주력했다. 교육과정에서는 대학과목선수이수제도(AP)와 외국어 전문교육과정 등을 도입할 예정이며 경제 금융 관련 과목은 영어교재를 활용해 영어로 수업할 계획이다.

롯데관광이 운영하는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되고 있는 마이스터고에 올해 선정됐다. 마이스터고는 기술 장인을 길러내는 학교로, 서울에는 2곳만 있다. 이 학교 장병갑 교장은 학교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많은 비용이 뒤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런 결정을 일반 학교재단이 내리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회사인 종근당이 1987년부터 운영하는 대동상고는 2007년 세무 분야를 특성화한 대동세무고로 이름을 바꾸고 특성화고로 전환했다. 특성화고는 재단의 건전성과 교육과정 등을 서울시교육청이 심사한 뒤 선정한다. 특성화고로 전환한 첫 해 대동세무고는 신입생들의 중학교 내신성적(석차 백분율) 평균이 54.3%에서 35.9%로 크게 높아졌다.

이 외에도 삼성재단이 운영하는 중동고(강남구 대치동)와 현대재단의 현대고(강남구 압구정동) 태광산업의 세화고(서초구 반포동) 등도 자율형사립고로 선정되면서 사립 명문학교 도약을 목표로 세웠다.



김기용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