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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국 미국 북한이 가야 할 길

[사설]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국 미국 북한이 가야 할 길

Posted June. 18, 200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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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대북()정책의 원칙을 밝히고 한미동맹의 미래 청사진인 한미동맹 공동비전을 채택했다. 핵 확산 저지와 한반도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해 협력하면서 동시에 한미동맹을 새로운 단계로 격상시키려는 두 정상의 의지가 만들어낸 성과라 할 수 있다.

두 정상은 북한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를 관철할 것을 다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재천명했다.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 억지 약속도 기존의 양국 국방장관 차원 약속에서 정상들의 합의로 격상돼 공동비전에 명시됐다. 확장된 억지력은 미국의 대한() 안보 공약이 북의 핵 공격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나 미사일 공격에 대해서도 적용된다는 의미이다. 한미 정상은 북핵 불용()에 그치지 않고 북한이 한국에 대량살상무기 공격을 하는 최악의 경우에까지 대비한 공동방어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문제는 두 정상의 다짐이 북한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여부다. 한미 양국의 강력한 공조()는 북한의 대결정책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다. 취임 전 북한과의 직접대화 가능성을 거론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강경하게 바뀐 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시대착오적이며 상대를 얕보는 듯한 도발 탓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군부가 과거 식으로 벼랑끝 전술을 쓰면 통할 것으로 보고 오바마 대통령의 선의()에 악의()의 찬물을 끼얹은 것은 오바마 행정부를 잘못 보고 저지른 실책이다. 북이 협상에 임할 자세가 돼있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에 화답해 국제사회와의 무모한 대결을 포기한다면 더 바랄 나위 없지만 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한미는 북의 반발과 도발에 대응할 준비도 해야 한다.

국제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북핵 문제는 7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에서도 논의될 전망이다. 미국은 유엔의 대북 제재와 한미 정상의 합의가 실행되도록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북의 못된 행동에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독트린이 관철되도록 하고 북의 추가 도발을 차단할 방책을 주도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북의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제적 이유로도 수용할 수 없지만 북의 버릇과 행동을 바꾸어내기 위한 압력 차원에서도 필요한 대응이다. 이 대통령의 방침이 내일 개성공단에서 열릴 3차 남북실무회담에서 북측에 전달돼 한미 정상의 합의가 말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한미동맹 공동비전은 아시아태평양지역과 범세계적 차원의 미래협력을 목표로 삼고 있다. 북핵은 소홀히 할 수 없는 대상이기는 하지만 한미동맹이 포괄적 전략적 관계를 지향하는 가치동맹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그 너머를 바라봐야 한다. 강대국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우리의 운명을 능동적으로 개척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일 강대국 미국과 든든히 맺어지는 것이 최선이다. 공동비전에는 우주협력 강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한미동맹을 심화 발전시키기 위한 원칙들이 망라돼 있다. 정상들이 밝힌 원칙을 구체적 실행방안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가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의 파트너가 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때로는 희생이 따를 수도 있다. 국민들에게 한미동맹이 지향하는 미래상을 설명하고 비판적인 세력들을 설득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는 대목에 대한 국내 종북() 세력의 저항도 반드시 돌파해야 한다.

양국 정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진전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미 민주당 측의 불만이 가시지 않고 있고 비준 시점과 각론에 있어 미묘한 인식차가 있기는 하지만 총론에서 인식이 같은 만큼 양국 정부 차원에서 진전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한미 FTA 비준 노력에 관한한 미국은 한국에 할 말이 없지 않은가.

양국 정상이 미뤄놓은 현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