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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조차 하기 싫다 충격에 말문 못 열어

Posted March. 18, 2009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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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직한 악몽과도 같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예멘 폭탄테러로 사망한 4명을 제외한 나머지 한국인 관광객 12명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예멘을 출발해 두바이에서 하루를 묵은 뒤 이날 오후 도착한 이들은 한결같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부상이 심한 홍모 씨(54여)와 박정선 씨(40여)는 탑승구를 빠져 나오자마자 휠체어를 탄 채 곧바로 앰뷸런스에 실렸다. 두 환자는 서울 강남성모병원과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사고 당시의 상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충격 후유증으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질문이 계속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만 했다.

홍 씨는 녹색 모자에 흰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왼쪽 뺨은 부상으로 퉁퉁 부어 있었다.

대구에 산다는 60대의 이모 씨는 사고 지역이 위험하다는 정보를 미리 전달받은 바 없어 예멘 유적지 관광을 자유롭게 하다 폭탄 테러를 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미 정부 합동조사단에 사고 정황을 다 말해서 더는 전할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귀국한 50대 여성 김모 씨는 관광을 가지 않고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권모 씨(51)가 옷에 피가 묻은 채 호텔로 돌아와 폭탄테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예멘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사로부터 이 지역이 위험하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예멘 폭탄테러 현장에서 목숨을 건진 딸을 보기 위해 공항을 찾은 민정순 씨(80)는 딸이 9일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은 알았는데 예멘이란 사실을 사고가 난 뒤 알았다며 이렇게 무사히 돌아와 고맙기만 하다고 말했다.

한편 예멘으로 떠난 유가족들은 시신을 수습해 이르면 18일 현지에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사 관계자는 도의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시신 운구 비용, 유족들의 이동 비용 등 각종 경비만도 수천만 원에 달해 직원이 6명인 소규모 여행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희제 차준호 min07@donga.com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