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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 TV 맞죠?

Posted January. 02, 20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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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과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 심각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불황으로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다 레알화()와 페소화의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LG전자 또한 이런 상황에서 예외가 아니다.

LG전자 브라질 법인의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25%나 줄었다.

이 여파로 지난달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 타우바테의 휴대전화 및 모니터 생산공장과 아마조니아 마나우스 TV 공장은 비정규직을 포함해 각각 500여 명과 200여 명을 감원했다.

멕시코 레이노사의 TV 공장도 전통적 호황기인 지난해 4분기 생산실적이 13분기 때보다 오히려 30%가량 떨어졌다.

그러나 LG전자 임직원들은 이번 위기를 시장지배력 강화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불황에 빛을 발하는 브랜드 파워

지난달 15일 오후 브라질 상파울루 인터라고스 지역의 대형 쇼핑몰인 쇼핑인터라고스.

각 매장에는 세계 유명 가전브랜드가 잔뜩 진열돼 있었지만 가장 좋은 목은 LG전자와 소니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요 상품의 판매실적 면에서는 소니도 LG전자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마르셀루 하이문두 다 시우바 씨는 지난 주말에 40인치 이상의 LG전자 평면TV를 33대나 팔았다며 이는 다른 브랜드보다 2배가량 많은 물량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전체 시장을 기준으로 해도 LG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TV,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LCD 모니터, 홈시어터, 스플릿 에어컨 등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CD TV, 브라운관 TV, 휴대전화, PC 모니터 등은 경기침체가 시작된 지난해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늘어났다.

브랜드 파워도 독보적이다.

LG전자는 최근 브라질 일간지 폴하 데 상파울루 등이 실시한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PC 및 정보기술(IT) 분야, TV 분야에서 소니와 필립스 등을 제치고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브랜드로 선정됐다.

포기를 모르는 DNA가 평판 높여

LG전자가 브라질에서 높은 평판을 받은 것은 포기를 모르는 한국인의 DNA 덕분이었다.

LG전자가 처음 진출한 직후인 1998년, 브라질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위기에 빠져들었다. 판매량이 30%나 급감했다.

당시 브라질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 기업은 대부분 서둘러 시장을 빠져 나갔다.

한국의 외환위기까지 겹쳐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였다. 하지만 LG전자는 브라질 시장을 떠나지 않았다. 말 그대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뼈와 살을 깎아내며 버텼다.

위기가 지나간 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LG전자의 브라질 사업은 연평균 30% 이상씩 성장했다. 뒤늦게 브라질 시장에 다시 돌아온 회사들보다 한 발 빠를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 법인의 직원들은 시련을 견뎌낸 뒤 엘리제(LG의 브라질 내 애칭)는 브라질 사람들에게 특별한 브랜드가 됐다며 이때의 교훈으로 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마케팅 투자를 오히려 늘렸다고 전했다.

LG전자는 또 다른 글로벌 기업들은 신경 쓰지 않는 지방 유통망까지 저인망식으로 파고들면서 시장을 다졌다.

치안이 아주 안 좋은 지역을 찾아가 계약을 따오는 일도 불사했습니다. 마약 거래가 성행하는 곳이라 회의 테이블에 권총이 올라오기 일쑤였죠. 그런 저에게 다른 나라 기업인들은 미쳤다고 했습니다.(LG전자 브라질법인 변창범 상무)

생산성 혁신으로 위기 극복

대표적인 북미 생산거점인 멕시코 국경도시 레이노사의 LG전자 생산법인은 비용을 철저히 줄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었다.

LG전자는 2000년 미국 TV업체인 제니스로부터 이 공장을 인수할 때 1만2000여 명이던 직원을 4년 만에 2600여 명으로 줄였다. 공장 용지도 10분의 1이 됐다. 그런데도 생산량은 오히려 늘었다.

가장 큰 비결은 한국식 기업문화의 접목이었다. 회의에 30분씩 늦는 멕시코 직원들을 대상으로 혁신학교를 운영했다. 히어로 아카데미를 운영해 스타직원을 뽑았다. 술자리에서 단합하는 한국식 문화도 심었다.

레이노사 법인장인 성보경 상무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4050인치대 LCD, PDP TV의 원가를 대당 2553달러 줄였다며 생산성을 극대화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올해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