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기업대출 잘하는 은행, 못하는 은행 차별해야

[사설] 기업대출 잘하는 은행, 못하는 은행 차별해야

Posted December. 22, 2008 05:52,   

ENGLISH

한국은행이 시중에 대거 푼 자금이 기업으로 가지 않고 금융시장 주변을 맴돌고 있다. 연말 결산을 앞둔 은행들이 넘치는 돈을 단기로만 운용하기 때문이다. 18일엔 은행들이 되레 한은에 맡기겠다고 신청한 자금이 무려 41조 원이나 돼 한은은 그중 13조 원만 회수하고 나머지는 돌려보냈다.

은행권엔 돈이 넘쳐나는데 기업 돈 가뭄은 해소되지 않는 돈맥경화가 여전한 것은 대출에 소극적인 은행 탓이다. 금융위원회가 내년 1월에 20조 원 규모의 은행자본확충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이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핑계로 대출을 꺼릴 수도 없게 됐다. 주택금융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은행 부실채권을 선제적으로 매입해주기로 한 만큼 은행들은 잠재적인 부실 걱정을 상당 폭 덜었다. 금융감독원이 중소기업 지원 패스트 트랙에 따라 대출한 은행원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부실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지도 한 달이 다 돼간다.

이런데도 은행들이 돈을 움켜쥐고 제 앞가림만 하려든다면 실물위기를 증폭시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늘 김종창 금감원장이 시중은행장들에게 중소기업 지원을 거듭 독려할 예정이다. 은행장들은 이 자리에서 금융과 실물의 동시 붕괴를 막기 위해 자금중개 기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중앙은행이 기업어음(CP)을 직접 매입하는 대책이 한국에선 나오지 않도록 은행들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금감원은 기업대출 실적에 따라 은행에 대한 차별적인 지원과 제재로 개별기업 사정을 잘 아는 은행이 미시적인 대출정책을 펴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는 지원받는 은행에 과도한 경영개입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난 2년간 경기에 민감한 부동산업 임대업 건설업에 대출을 부쩍 늘려 경영난을 자초한 은행에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당국이 은행자본확충 펀드를 준()공적자금으로 해석해 은행 경영책임을 덜어주려 한다면 은행 체질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정부는 자동차업계에 174억 달러의 긴급자금을 지원하되 구조조정 노력이 미진할 경우 지원금을 회수한다는 조건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