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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여론조사 2차례 굴욕 이번에는 설욕 가능할까

미여론조사 2차례 굴욕 이번에는 설욕 가능할까

Posted November. 05, 200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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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국 대선의 여론조사결과로만 보면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이미 오래전 당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발표한 9월 초를 제외하면 오바마 후보가 줄곧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대 대선 때마다 여론조사의 정확성 여부를 놓고 시비가 일었던 점을 의식한 탓에 오바마 후보는 승리를 자신하면서도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의 우려가 한낱 기우()로 끝날지, 아닌지는 4일 오후(한국 시간 5일 오전)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망신살 뻗친 여론조사=여론조사가 뭇매를 맞았던 대표적인 미국 선거는 2000년 대선이었다.

선거를 하루 앞둔 11월 6일 CNN과 유에스에이투데이, 갤럽 공동여론조사에서 조지 W 부시 후보는 앨 고어 후보를 47% 대 45%로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ABC방송 조사에선 부시 후보가 4%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개표 결과 고어 후보가 득표율에선 48.38% 대 47.87%로 부시 후보를 앞섰다. 다만 주별 승자독식이라는 미국 특유의 선거제도로 선거인단 271명을 확보한 부시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2004년 대선에서는 선거 전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후보는 48% 대 48%로 동률이었다. 당시 대부분 여론조사기관은 2000년의 오류를 의식해 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결과는 50.73% 대 48.27%로 부시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었다.

그러나 존 조그비 조그비인터내셔널 대표는 투표가 끝나기 직전 케리 후보가 311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압승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가 망신살이 뻗쳤다. 초기 출구조사에서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 경합지역이 케리 후보에게 기울었다고 예단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초 실시된 민주당 경선에서도 여론조사 결과가 도마에 올랐다. 뉴햄프셔 주 경선을 앞두고 오바마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보다 8%포인트 앞서 이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힐러리 의원의 승리였다.

여론조사 혼란은 언론에 재앙=여론조사의 혼란은 대선 결과를 실시간 중계하는 미국 주요 방송과 신문에는 재앙으로 다가온다. 1948년 시카고데일리트리뷴이 토머스 듀이 공화당 후보 승리라고 엄청난 오보를 한 사실은 여론조사의 역사에 빠지지 않는 단골이다.

근래에는 재검표 소동까지 빚었던 2000년 대선이 선거 보도에 신중을 기하도록 만든 계기였다. 투표 다음 날인 11월 8일 CNN 등 언론은 부시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고 보도했지만 불과 1시간 만에 취소하는 등 오보사태가 이어졌다. 최종 승자는 37일 후에나 정해졌다.

일찌감치 부시 후보의 당선을 보도했던 뉴욕포스트지 등 당시 신문 지면은 온라인 경매회사 이베이닷컴에 경매 상품으로 나오는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여전히 2000년의 기억을 간직한 미국 언론들은 이번 선거의 출구조사 보도에 좀 더 신중을 기하는 한편 AP통신을 단일 창구로 정해 개표 상황을 집계하기로 했다고 일간지 뉴스데이가 3일 전했다.



김영식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