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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 유령 세계가 떤다

Posted October. 29, 2008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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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가 나 홀로 고공비행을 하면서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일본이 엔고()불황의 충격파에 휩싸이고 있다.

엔고로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더불어 세계 경제의 3대 버팀목 중 하나인 일본 경제가 실물과 금융에서 동시에 침체에 빠질 경우 세계 경제에는 제2 충격파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2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는 전날보다 1엔 이상 평가절하(환율 상승)된 달러당 94엔 대에서 주로 거래됐다.

전날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공동 개입 의지를 밝히고 주식시장이 반등한 데 따른 효과였지만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엔화가 추가로 절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엔화 가치가 급등하자 도요타자동차 캐논 소니 등 수출기업들은 영업 실적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고 중소 하청업체 중에서는 일감을 찾지 못해 생산설비 가동을 중단시키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두 차례의 엔고불황 악몽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들어갈 채비를 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엔고 파장은 일본의 대형 금융기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수출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금융기관들이 대규모 평가손을 입으면서 자본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

미타라이 후지오() 일본 경단련 회장은 엔에 자금이 집중돼서 세계시장의 유동성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곤란하다며 지금은 일본 단독으로라도 환율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도 엔고의 충격파가 기업 경영실적 악화로 직결되자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을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명의 경제전문가에게 향후 엔화가치의 전망을 물은 결과 응답자 전원이 달러당 8385엔대까지 엔고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인 금융 불안이 진정되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자산 처분이 중단되어야 비로소 엔고 압력이 해소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엔고는 세계시장에서 일본기업과 경쟁하는 한국기업에는 유리한 측면도 많지만 대일 무역적자는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소재 수입의 상당 부분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환율로 인한 대일 수출 증대 못지않게 일본으로부터의 수입단가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엔고가 본격화된 9월 한국의 대일 수출이 전년 동월비 17% 늘어난 23억 달러였던 반면 수입은 27.3% 늘어 53억 달러를 넘어섰다. 또한 저금리를 쫓아 일본 자금을 대출받아 썼던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상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천광암 정재윤 iam@donga.com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