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통합 문제는 결정 자체가 연말로 미뤄졌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경영권은 민간에 넘기지 않고 지분 일부만 매각하기로 했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독점권을 폐지하고 민간 기업도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기획재정부는 10일 이 같은 골자의 3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및 통폐합 방안은 사실상 전부 발표된 셈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13차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은 굵직한 공기업들이 민영화 대상에서 빠져 정권 출범 초기의 공기업 개혁 의지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금융위기로 통합 우선 멈춤
정부가 이날 밝힌 3차 계획에 따르면 88골프장을 운영하는 88관광개발과 대한주택보증은 민영화를 추진하고,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기술과 한전KPS는 2012년까지 각각 한전이 갖고 있는 지분의 40%, 20%를 매각하기로 했다.
한국관광공사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운영사 그랜드코리아레저는 2010년까지 49%의 지분을 우선 팔기로 했다. 하지만 1인당 지분 매수 한도를 둬 관광공사의 대주주 자격은 유지된다.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천연가스 도입 및 도매 분야는 2010년부터 민간 사업자도 같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정부가 100% 지분을 갖는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현재 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방송광고 대행 시장에 민간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내년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내부적으로 신보와 기보를 통합하기로 했지만 3차 계획 발표 직전 당정 협의에서 당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배국환 재정부 제2차관) 올해 말까지 결정을 미뤘다.
배 차관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 (중소기업 지원 기관을) 흔드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당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공기업 개혁의지 용두사미 우려
정부가 발표한 13차 계획을 종합하면 당초 검토 대상 공공기관 319개 가운데 108개 기관이 선진화 대상으로 결정됐다. 선진화는 민영화, 통폐합, 기능 조정, 기관 폐지와 경영효율화가 모두 포함된 개념이다.
정부가 민영화 계획을 밝힌 곳은 38개. 하지만 일부 지분 매각 기관(5개) 선진화 이전부터 민영화 계획을 밝혔던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7개) 당연히 민영화해야 할 공적자금 투입 기관(14개)을 빼면 신규로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기관은 12개에 불과하다.
이들 12개 기관의 총 임직원 수는 3379명(2007년 말 기준)으로 전체 공공기관 인력(25만9000명)의 1.3%에 불과하다.
정부가 8월 공기업 선진화 추진 배경에 대해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은 민영화 등 공공부문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국가 경쟁력을 크게 강화했다고 강조한 것에 비추어 보면 실적이 포부에 못 미친 것.
배 차관은 한전기술, 한전KPS 등은 민간 업체 등이 많아져 시장이 성숙해지면 언젠가 민영화돼야 한다고 말해 추가 민영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계획은 밝혔지만 실행 과정 역시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신보와 기보의 통합은 계획을 확정하기 전부터 정치권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금융위기로 중소기업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기술기업 등 중소기업 보증 강화론에 힘이 실린 것. 통합 대상인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는 둘 다 지방 이전 대상 기관이어서 지방자치단체 간 조율 작업도 쉽지 않다.
최근 주식 시장이 침체되면서 공공기관 지분 매각 작업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데다 섣불리 팔았다가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분 매각 시기를 기관별로 20102012년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시장 상황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정부는 13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계획과 별도로 모든 공공기관에 대해 효율성을 10% 이상 올린다는 목표에 따라 올해 안에 기관별 경영효율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