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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차례는 누구 떨고있는 월가

Posted September. 19, 200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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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 금융의 중심 월가를 지배하는 단어는 공포다. 13개월 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시작된 금융위기는 이제 전혀 새롭고, 훨씬 더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진단했다.

양대 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미국 3,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 세계 최대 보험사 AIG 등을 휩쓸어가는 금융위기에 살아남을 금융회사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공포감이 월가를 엄습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내던지며 금, 원유, 미국 국채 등 안전한 자산으로 돈을 옮기고 있다. 미국 정부가 엄청난 유동성을 쏟아 붓고 있는데도 시장에는 돈줄이 마르고 있다.

생존하려면 아무도 믿지 마라

16일 뉴욕증시가 반등하고 월가의 최대 시한폭탄으로 여겨졌던 AIG에 대한 구제금융이 발표되면서 월가의 전문가들은 최악의 고비는 넘긴 것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안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안도는 불과 하루 만에 빗나갔다. 17일 뉴욕증시는 말 그대로 투매의 장이었다. 투자자들은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며 주식을 팔았다. 미국 언론들은 신뢰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도 뉴욕증시의 폭락은 금융주가 주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구제금융으로 기존 주식가치가 거의 사라지게 된 AIG는 물론 투자은행 빅5 가운데 살아남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다음 차례로 일찌감치 거론돼 온 워싱턴뮤추얼 등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전날 월가의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발표했던 모건스탠리 주가는 24.22% 하락했고 골드만삭스는 13.9% 떨어졌다. 두 회사 주가는 장중에 각각 40%, 24%가량 폭락하기도 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AIG 구제책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가 급락한 것은 신뢰가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신용 없이는 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글로벌 경제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채 수익률 50년만에 최저

월가의 투자자들은 주식을 투매하고 금, 은, 미국 국채 등 믿을 수 있는 자산으로 몰려들고 있다. 금값이 사상 최대 폭으로 급등하는가 하면 미국 국채 수익률은 5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값은 전날에 비해 온스당 70달러(9%) 폭등한 850.50달러로 마감했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금값은 장 마감 후 전자거래에서도 20달러 이상 추가 상승했다.

12월 인도분 은() 가격도 온스당 11%나 급등한 11.68달러를 기록했고 10월 인도분 백금은 온스당 1086.30달러로 1.7% 올랐다.

유가도 급반등했다.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6.01달러(6.6%) 오른 97.16달러로 마감했다.

3개월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이날 0.63%포인트 급락한 0.06%로 거래를 마쳤다. 수익률은 일주일 전만 해도 1.644%였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시장에는 돈줄이 마르면서 금융시장의 단기 자금 사정을 대표하는 지표인 리보(Libor런던은행 간 금리)가 9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이날 3개월 리보금리는 3.0635%로 전날보다 0.1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999년 9월 29일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리보금리가 급등한 것은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은행들이 서로 대출을 꺼린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는 시장 참여자들이 주식 등 상대적으로 위험한 자산을 투매하고 미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돈을 옮기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지만 이 같은 집단행동이 글로벌 경제를 추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가, 합종연횡으로 생존 몸부림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감이 심화되면서 월가에서는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17일 미국 월가에서 살아남은 빅2 투자은행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가 와코비아 또는 다른 은행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는 와코비아와 초기 단계의 합병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 존 맥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비크럼 팬디트 씨티그룹 CEO에게 합병 협상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은행 HSBC와 중국의 씨틱(CITIC) 은행도 모건스탠리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 미국 최대 저축대부업체 워싱턴뮤추얼은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해 수일 전부터 매각을 위한 입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HSBC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인수합병 협상 결과에 따라 월가는 다시 한번 엄청난 지각변동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치영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