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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곳간열쇠 물려주려 권력세습 집착

Posted September. 17, 200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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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통치는 총대 권력과 달러 권력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이 이른바 선군() 정치로 군을 장악하는 한편 내각의 국민 경제와 별도로 수령 경제(당 경제와 군 경제의 총칭)를 직접 운용해 권력 유지의 경제적 토대로 활용해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생긴 김 위원장의 곳간 열쇠를 앞으로 누가 쥘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16일 당 경제와 군 경제의 운영은 장성택 당 중앙위원회 부장이, 개인 비자금 관리는 여비서 겸 아내인 김옥이 대신 관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령 경제의 핵심인 노동당 대외보험총국에 근무하다 2004년 탈북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의 건강이 계속 악화될 경우 수령 경제 책임자 및 실무자들의 자금 횡령과 개인적 착복 등 누수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희소 자원 하사와 상납의 관계=김 위원장은 조선왕조 시대의 왕처럼 국가 내 희소자원을 독점적으로 점유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그는 국가를 유지하는 핵심 기관인 당과 군에 별도의 경제조직(당 39호실과 군 제2경제위원회 등)을 두고 금광 개발이나 송이버섯 밭 경작 등 생산 활동을 하도록 했다. 당과 군은 생산물을 수출해 외화 벌이를 하는 별도의 금융회사와 무역회사도 두고 있다.

당과 군은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 부분을 혁명 자금이라는 이름으로 김 위원장에게 상납한다. 김 위원장은 이 돈의 일부는 개인과 가족 및 측근 관리를 위한 비자금으로, 나머지는 핵 개발과 평양 시내 단장 등 공적인 일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수령 경제의 전체 자금 흐름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인 김 위원장이 아플 경우 각종 예산 보고와 결재, 자금회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성택과 김옥이 주목받는 이유=1990년부터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려 온 북한에서 달러는 곧 권력을 의미한다. 정치권력을 둘러싼 암투 보다 오히려 경제적 권력에 대한 경쟁이 더 치열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은 1995년 이후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일하며 사실상 조직지도부장 역할을 했다. 또 2000년대에 들어서는 김 위원장 지시로 닭 공장 현대화사업, 대동강맥주공장 건설사업, 평양 거리 현대화사업 등에서 혁명자금을 지출하는 역할도 했다고 한다.

김옥 역시 김 위원장의 비자금 관리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해외지도자 연구담당 국장은 9일 라디오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김옥이 당 39호실에 깊이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비서라는 특성상 당과 군을 상대하기 보다는 김 위원장 개인 및 가족, 측근 관리용 비자금을 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 일꾼들의 횡령 많을 듯=김 위원장의 개인 돈이나 다름없는 수령경제 자금은 운영에 관여하는 북한 관리들에게는 일종의 눈 먼 돈이었다. 이에 따라 과거부터 도덕적 해이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경제 산하 해외 무역회사에서 일하다 2006년 탈북한 한 인사는 1998년 당 경제 산하 해외 무역회사 사장이 미사일 수입 상대방에게서 받은 커미션을 모아 1200만 달러를 가지고 귀국했다가 들켜 온 가족과 함께 몰살당했다고 증언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월 당 39호실 산하 대성총국장이 약 140만 달러를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가을 경질됐다고 보도했다.

김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 건강 악화로 미래가 불확실해진 권력 엘리트들이 본격적으로 개인 주머니 채우기에 나설 수 있다며 각종 장부 조작과 커미션 챙기기, 해외 은행계좌로 돈 빼돌리기 현상 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간부들 사이에 서로 봐주는 온정주의가 확산돼 금융사고에 대한 권력엘리트 사이의 통제와 감시도 허술해질 개연성도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 이후 수령 경제의 운명은?=김 위원장은 1970년대 초반 한국과의 군비 경쟁과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우상화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령 경제를 창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청난 권력을 배경으로 한 수령 경제는 국가 자원을 싹쓸이하며 내각이 운영하는 인민 경제를 빈껍데기로 만들었다. 1990년대 경제난 속에서 인민이 적어도 수십만 명 굶어죽는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또 국가 외환관리 체계를 교란해 북한을 달러 천국의 사회로 만들었다.

다수의 탈북자들은 김 위원장이 아들에게 3대 째 권력을 세습하려는 진정한 이유는 정치권력 그 자체보다 수령 경제라는 엄청난 경제적 자산을 상속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장차 핵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의 자금을 받아 경제 개발에 나서려면 봉건적이고 기형적인 수령경제 시스템을 포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