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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법 수난 속에서 맞은 헌재20년

Posted September. 01, 2008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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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항쟁의 민주화 열망을 담아 이듬해 출범한 헌법재판소가 오늘 성년을 맞았다. 그동안 숱한 헌법재판을 통해 일반 국민과 국가기관의 헌법의식을 높이는데 기여한 노고가 크다. 헌재는 그동안 1만5000여건을, 휴일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3건을 심판해 500건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헌법의 위상과 존엄성, 국민의 기본권 의식을 높이고 법치주의의 기반을 닦는데 일조했다. 국가기관의 신뢰도와 영향력 조사에서 헌재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헌법 현실은 아직도 수난의 연속이다. 5월 이후 석 달 이상 계속된 미국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를 왜곡하는 노래와 행위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주권자인 국민은 도로점거와 폭력시위를 해도 불법이 아닌 양 경찰버스를 마구 부수고 경찰을 붙잡아 린치를 가하는 등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누리꾼들은 3대 신문의 광고주들을 협박해 헌법의 대원칙인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자유시장 경제 질서를 더럽혔다.

정부와 국회 역시 헌재의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장본인들이다. 정부는 능률과 편의주의에 빠져 헌법이념에 어긋나는 정책을 만들어내기 십상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신행정수도특별법을 비롯해 사립학교법 과거사법 신문법 등이 대표적으로 헌재심판을 받았거나 위헌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부동산규제 관련 조치들도 여기에 속하는 게 적지 않다. 국회도 당리당략에 기운 입법 사례를 양산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과 국가기관의 헌법의식 수준을 높이려면 유치원 내지 초등학교 때부터 헌법의 기본정신을 가르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은 이제 권력세계만의 규범이 아니라 국민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살아있는 최고규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권자인 국민부터 헌법의 기본 정신을 숙지하고 체득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기관과 정치권력의 헌법정신 이탈을 감시할 수 있다. 헌재 창립 2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헌법재판소장 회의의 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