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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통섭으로 간다

Posted July. 28, 2008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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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와 미대 교수들이 공대로 옮기고 의대 교수가 사회대 교수로 활동하는 등 서울대가 광범위한 학문 간 통섭(학문융합)에 본격 나선다.

이는 최근 학계의 화두인 통섭을 서울대가 적극 받아들인 것으로 내년 시작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WCU(World Class University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프로젝트에 선정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서울대는 2001년 화학을 전공한 김영식 교수와 2005년 계산통계학을 전공한 문중양 교수를 학제 간 연구목적으로 각각 동양사학과와 국사학과 교수로 임용한 바 있지만 전체 단과대 차원에서 융합학과를 만들어 교수를 이동시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의 각 단과대가 25일 대학본부에 보고한 WCU 추진 현황에 따르면 공대는 WCU 1유형(신전공분야 개설)에 지원하기 위해 미디어아트공학(음악+미술+공학) 나노바이오공학(화학+재료공학+기계공학) 에너지환경공학(기계공학+에너지자원공학+건설환경공학) 금융공학(수학+경영학+산업공학) 등 4개 학과(대학원 과정) 개설을 제안했다.

미디어아트공학은 음악과 미술(산업디자인 포함) 분야를 공학에 접목한 융합학문. 영화나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컴퓨터그래픽 및 전자음악을 만드는 것 등이 이에 포함된다. 공대 측은 미디어아트공학을 문화 콘텐츠 산업과 맞물리게 해 첨단실용학문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강태진 공대학장은 예술과 공학을 융합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미디어랩을 모델로 삼아 음대와 미대 교수 4명을 전임교수로 영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나노바이오공학은 나노 분야 연구를 통해 의약품 신소재를 개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공대는 자연대 의대와 구체안을 협의 중이다.

강 학장은 추진하는 융합학과는 핵심연구 분야이기 때문에 교과부의 WCU 선정과 상관없이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연대도 재료물성학(재료공학+고체물리학) 금융수학(수학+경영(금융)학) 나노바이오학(물리학+화학+생물학) 등 3개 융합학과 추진을 본부에 보고했다. 이 중 금융수학은 투자은행(IB)에서 펀드 등 각종 금융상품을 개발할 때 사용하는 금융공학 분야로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권의 수요가 예상된다.

오세정 자연대학장은 재료물성학은 이 분야에서 권위가 있는 일본 도쿄()대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금융수학은 경영대와 협의해 대학원장 산하로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학문융합에 소극적이었던 사회대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회대는 인지신경과학전공(심리학+생명과학+의학) 국제기구/인간안보연구전공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인지신경과학은 인간의 기억이 어떻게 구조화되는지를 연구해 치매나 각종 뇌질환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

특히 사회대는 인지신경과학 전임교수에 생명과학부 교수 1명과 의대 신경과 및 생리학과 교수 2명을 영입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의대 교수가 사회대 교수로 일할 날도 멀지 않았다.

서울대의 본격적인 융합학과 추진은 처음인 만큼 수월하지만은 않다. 특히 교과부가 예시한 WCU 지원분야가 이공계에만 집중돼 경영대와 인문대는 예산지원액이 가장 많은 융합학과 개설(1유형)을 본부에 제안조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학과 이기주의 때문에 교수들이 신설 학과로 적을 옮기기를 꺼리는 것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교과부 박주호 학술연구진흥과장은 학과 간 할거주의로 대학들이 알아서 융합학과를 만들기는 어려워 국가가 예산을 통해 인위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서울대 교수는 돈으로 학문을 발전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특히 외국인 석학을 모셔오면 돈을 주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사대주의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는 이달 말까지 단과대별 융합학문 제안을 취합해 내부조정을 거친 뒤 다음 달 20일까지 교과부에 예비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김상운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