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 노조가 1일 불법파업에 들어간 지 4일 만에 파업을 철회해 철도대란은 일단락됐다.
철도공사 노조는 4일 오후 1만6897명 전원이 사업장에 복귀하면서 한국고속철도(KTX)와 수도권 전철은 5일 정상화됐다. 일반열차와 화물열차 운행은 6일 전후로 정상화될 전망이다.
이번 철도파업으로 14일 약 129억 원, 5일 하루 동안 20억 원 등 총 15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철도공사는 추정했다.
노사 쟁점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은 15일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 중재를 통해 내려진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파업을 계기로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새로운 노사관계를 세워야 한다며 노조원에 대한 징계 수위는 열차 정상화 이후 사규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파업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노사 모두가 패배자라고 언급한 이 사장의 말처럼 이번 철도파업은 정부와 철도공사, 노조 모두에 큰 과제를 남겼다.
엄정 대처로 불법파업 제압=정부가 철도공사 노조의 불법 파업을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철도공사와 경찰은 노조를 강하게 압박했다.
철도공사는 직장 이탈자 2244명을 직위해제하고 불법파업 참여자에 대한 내부 징계 및 개인적인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경찰은 공권력을 투입해 산개 투쟁(소규모 인원으로 나뉘어 투쟁하는 방식)에 나선 노조원들을 연행했다. 전국 13곳에서 철도공사 노조원 411명을 연행해 10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나머지 401명은 훈방 조치했다. 경찰은 아직 체포되지 않은 노조 지도부 26명을 검거하기 위해 주거지와 연고지 등을 중심으로 추적하고 있다.
결국 4일 파업 참여자의 사업장 복귀가 50%를 넘어서면서 통제력을 상실한 노조는 백기 투항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서울과 부산의 KTX 여승무원 350명은 강원 원주시의 한 휴양시설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을 계속하고 있어 KTX 특실 서비스 등은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시민 호응 없는 불법파업 실패=철도공사 노조가 파업을 4일 만에 철회한 것은 시민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게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다.
철도 운행이 중단되면 전국의 교통망이 마비될 것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노조가 파업을 강행했기 때문.
또 철도공사 노조가 주장한 해고자 복직과 KTX 여승무원의 정규직 전환, 철도 공공성 강화 등은 노동자들의 복지와는 무관한 것이었다는 지적이다.
한 노조원은 일반 열차에도 10년 넘게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직원들이 많은데 이제 1, 2년 된 KTX 여승무원을 우리가 왜 챙겨야 하느냐고 말했다.
공사 노조는 철도청이 공사화되기 직전인 2004년 12월 임금 인상과 관련해 파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법안 통과와 관련해 총파업을 결정한 뒤 철도공사도 파업을 결정하자 정치적인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근본적인 파업 대책 필요=철도공사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 직위해제한 노조원들의 개별적인 상황을 조사해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파업 주동자는 중징계가 불가피하지만 대량 해고는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할 수 있어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게 공사의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가 이미 파업을 예고했음에도 철도공사 측이 철도대란이 날 때까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공사 노조가 파업으로 치닫고 있을 때 사측이 정부에서 철도부채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노조가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앞으로 KTX 여승무원 문제가 또 다른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이번 파업으로 직위해제된 노조원의 징계 수위와 이 사장이 언급한 독소조항 개정문제가 진행될 경우 노사 간 갈등이 다시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