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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알 몰래 꺼내고 자기 알 넣는 뻐꾸기 심정은

뱁새알 몰래 꺼내고 자기 알 넣는 뻐꾸기 심정은

Posted November. 25, 200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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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뻐꾸기는 제 알을 남의 둥지에 밀어 넣어 부화하게 하는 것일까. 뻐꾸기의 탁란()은 1세기 전부터 연구돼 왔지만 아직도 왜?에 대해선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거의 연구되지 않은 분야다.

EBS 다큐멘터리 생명의 비밀을 캐는 젊은이들-작은 악마, 뻐꾸기를 위한 변명(25일 밤 11시 5분)은 뻐꾸기의 탁란 과정을 담았다. 카메라는 뻐꾸기 탁란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두 젊은이의 탐구 활동을 좇았다. 내년 캐나다 마니토바대 박사과정 입학을 앞둔 장병순(32) 이윤경(29) 씨 부부는 수년째 뻐꾸기 탁란의 비밀을 푸는 데 매달리고 있다. 두 사람은 올해 4월부터 경기 양평군 양수리에서 뻐꾸기 관찰에 몰두해 왔다.

뻐꾸기 새끼의 양어미(숙주)는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 뻐꾸기는 붉은머리오목눈이한테 탁란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흔히 뱁새로 불리는 새다. 그러나 두 젊은이는 붉은머리오목눈이 중에서도 파란 알을 낳는 새만 뻐꾸기 알을 맡아 품는다고 주장한다. 하얀 알을 낳는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뻐꾸기 알을 제 알이 아닌 것으로 알아채고 내버린다는 것. 실제로 EBS 실험 결과 붉은머리오목눈이 중에서 뻐꾸기 알을 버리는 새가 있었다. 하얀 알을 낳는 뱁새였다.

EBS 제작진이 촬영한 뻐꾸기의 탁란 과정을 보면 뻐꾸기는 1차 방문을 해서 붉은머리오목눈이 알 한 개를 가져갔다. 네 시간쯤 뒤 다시 날아와 제 알 한 개를 놓고 붉은머리오목눈이 알을 또 하나 가져갔다.

지금까지는 뻐꾸기가 탁란하며 뱁새 알 한 개를 없애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찰 결과 실제로는 이렇게 두 개를 갖고 가는 경우도 발견된 것. 알의 부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뻐꾸기의 전략이라는 게 젊은 연구자들의 추론이다.

재미있는 것은 뻐꾸기 어미에게서 모성애가 발견되지 않는 점이다. 뻐꾸기 어미는 탁란을 한 뒤에 전혀 자신의 새끼를 지켜보지 않는다. 새끼도 생모를 알아보지 못하고 성장한 뒤에는 자신을 키워준 양어미 붉은머리오목눈이의 곁을 떠난다.

왜?에 대한 답을 찾는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고화질(HD)로 제작돼 숲과 새들의 모습이 더욱 생생하다.



김지영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