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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재선거 거소투표제 허점

Posted October. 12, 200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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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국회의원 재선거 부재자 신고 마감을 하루 앞둔 10일 한 유권자 집의 전화벨이 울렸다. 모 후보 측을 지지하는 지인이 투표를 할 것이냐고 물었고, 이 유권자는 투표일에 다른 일이 있다라고 응답했다.

한 시간가량 지나자 이 지인이 찾아와 부재자 신고서를 보여 주며 친절하게 부재자 투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고서에 주소(주민등록지), 거소(우편물을 받아볼 수 있는 장소), 전화번호, 성명, 날인만 해서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투표용지가 배달돼 오면 투표용지에 볼펜 뚜껑으로 기표해 우체통에 넣으면 다 끝난다.

1026 재선거를 앞두고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8월 4일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군인 경찰공무원 등이 아닌 일반인도 신고만 하면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재선거의 경우에는 총선 때와 달리 부재자 투표소를 따로 마련하지 않고 집이나 직장 등에서 투표용지를 받아 거소투표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각 후보 측은 재선거의 낮은 투표율을 감안할 때 부재자가 당락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부재자 확보 경쟁에 나선 것. 문제는 부재자 신고에서부터 투표에 이르기까지 본인 신원 확인 절차가 생략돼 대리 행위가 가능하며, 이 과정에서 부정이 개입될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부재자 신고 양식은 누구든지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중앙선관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도 있고 구시읍면사무소에서도 본인 확인 등의 까다로운 절차 없이 손에 넣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각 후보 진영에서는 갖가지 조직적인 매표 대리투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부천 원미갑 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 측은 물증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부재자 신고할 때 5만 원, 투표용지를 가져오면 5만 원을 추가 지급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동책 반책 등에게 수고료를 주고 담당 지역별로 부재자 표를 할당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지역에 출마한 또 다른 후보 진영은 심지어 유권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 투표를 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표 불참 의사가 확실한 유권자의 부재자 신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원하는 장소로 투표용지를 보내게 한 뒤 대리 투표를 해도 선관위가 이를 적발하기 쉽지 않다는 것.

중앙선관위 측은 걸리면 후보자가 당선무효다. 또 유권자가 5만 원을 받고 이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최대 5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정행위가 어렵다면서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앙선관위가 11일 재선거가 치러지는 4개 지역 선관위에 유권자가 자기 의사에 따라 부재자 신고를 했는지 확인 조사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린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선관위는 앞으로 재선거의 경우에도 일정 기간 부재자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이번 재선거에서 대리투표를 비롯한 부정행위가 단 한건이라도 적발될 경우 그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용관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