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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블로그, 퍼온 사진 글로 가득 개성 없어

한국 블로그, 퍼온 사진 글로 가득 개성 없어

Posted July. 22, 200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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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블로그는 온통 퍼온 글(scrap)로 가득하다. 미국의 블로거(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하는 사람)가 보기엔 개성이 없어 보인다.

15일 오후 서울 종각 근처의 한 불고기집. 덩치 큰 중년의 외국인 한 명과 9명의 한국인이 모여 블로그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외국인의 이름은 마크 캔터. 누리꾼(네티즌) 사이에서 블로그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이다.

블로그는 일종의 개인 인터넷 게시판. 신변잡기를 다룬 글이나 사진, 특정 주제에 관한 에세이 등을 올리는 곳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큰 인기다. 캔터 씨는 블로그의 핵심 이념으로 꼽히는 공유와 개방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블로그와 미니홈피

싸이월드로 한국에 미니홈피 붐을 일으킨 SK커뮤니케이션즈는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캔터 씨가 한국을 찾은 것도 이를 컨설팅하기 위한 것. 이날 저녁 모임은 캔터 씨가 주선했다. 초청 형식이 블로그의 아버지답게 기발했다.

일주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서울 근처의 블로거 여러분, 파티나 합시다(Id like to invite bloggers from the Seoul area to come on out and party!)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번개 모임인 셈인데 캔터 씨는 블로거의 저녁식사(Bloggers Dinner)라는 표현을 썼다.

싸이월드는 미니홈피 서비스로 한국에서 가입자가 1300만 명이 넘는 큰 성공을 거뒀다.

미니홈피도 크게 보면 일종의 블로그. 그러나 싸이월드의 인기 뒤에는 1촌 맺기라는 독특한 서비스가 있다.

캔터 씨는 1촌 맺기를 낯설어 했다. 미국에는 이런 식의 관계 맺기 문화가 없기 때문. 1촌의 사진이나 글을 그대로 긁어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왜 올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캔터 씨는 미국의 블로거들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파고들기 때문에 블로그에도 유익한 정보가 넘쳐난다. 블로거들은 대부분 특정 분야의 마니아로 엄청난 지식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미니홈피는 화려한 멀티미디어가 장점. 어느 미니홈피를 방문해도 사진과 동영상,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미국의 블로그엔 이런 화려함이 없다.

차세대 블로그는 이런 것

캔터 씨가 생각한 미국 싸이월드의 모습은 글과 사진뿐 아니라 음성과 동영상으로 게시물을 만들고 이를 자유롭게 나누는 서비스다.

이미 한국에선 음성과 동영상을 활용하는 서비스가 많다. 문제는 이럴 때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김상훈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