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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룰라 대통령

Posted May. 24, 2005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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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덩어리가 크다. 인구와 자원이 풍부하다. 아메리카 대륙의 근 절반을 차지한다. 미국과 브라질의 공통점이다. 그런데 왜 미국은 잘살고 브라질은 그렇지 못할까. 우리도 포르투갈 말고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면 미국처럼 됐을걸. 브라질에선 이런 대답을 흔히 들을 수 있다. 브라질은 위대해질 운명을 타고난 국가이므로 메시아만 오면 기적이 일어날 것이란 믿음도 깊다. 2002년 10월 노동자 출신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당선되자 브라질 사람들은 메시아를 맞듯 환호했다.

룰라, 당신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어요 같은 플래카드 속에 출범한 지 2년 반.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일단 경제에서 판가름 난다. 그는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이 무난할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5.2%. 10년 만에 가장 빠른 성장세다. 국내총생산(GDP)의 57%를 차지했던 공공적자는 52%로 줄었다. 어떤 신묘한 정책이기에 국내 저소득층은 물론 외국 투자자들까지 안심시킬 수 있었을까.

변화를 내걸고 집권한 좌파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룰라는 오히려 연속성에 무게를 두었다. 퍼주기 분배정책 대신, 방만한 정부 지출을 줄이고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막는 정통 시장경제 해법을 썼다. 교육 의료 등 전임자의 잘된 정책엔 손대지 않았다. 연금과 세금 개혁 등 엄한 사랑(tough love)의 경제 정책으로 집권당 일부에서도 불만을 샀다. 세계은행의 한 관계자는 룰라의 열린 태도가 이런 변화를 낳았다고 했다.

노조 지도자 룰라는 노동자들만 대변했지만 대통령 룰라는 1억8000만 브라질 국민 전체를 위해 일한다는 그의 말은 열린 자세를 잘 드러낸다. 노사모만의 대통령과 비교된다.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한 정치 역정을 걸었다지만 집권 후도 그렇다고는 말하기 힘들 것 같다. 룰라의 방한을 환영한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