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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원 한파

Posted November. 22, 200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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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의 감원 한파()=최근의 인원 감축은 환율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 화섬 등 수출 업계에서 우선 나타난다.

코오롱그룹은 사장급을 포함해 연말까지 임원진의 40% 안팎을 줄이기로 했다. 코오롱의 이 같은 구조조정 계획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화섬업체인 휴비스도 최근 전북 전주, 경기 수원, 울산 공장의 직원 2000여명 가운데 30%를 감원키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공업 부문도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로템은 이달 초 관리직 임직원 1550명 가운데 350명을 줄였다. 또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도 인력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최근 가전부문을 광주()공장으로 통합하면서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인력 구조조정의 한파는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환율 급락으로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면서 국내 사업장 인력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의류수출업체인 마조인더스트리 김영수() 사장은 원가 절감을 위해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기기로 했다며 한국에서 의류 임가공 발주를 하지 않게 되면 기존 납품업체들의 생산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도 인력 구조조정=외환은행은 올해 총 900명의 인원을 정리키로 하고 지난달 1922일 1차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은 입행한 지 5년 이상인 대리급 이상 직원. 외환은행은 이 기간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이 350여명에 그치자 이달 1일 2차 추가 신청을 받아 150여명을 접수했고 이와 별도로 200여명을 특수영업팀에 발령해 사실상 퇴직 조치했다.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증권업계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 올해 들어서만 국내 57개 증권사 직원 가운데 1757명이 회사를 떠났다. 또 작년 말 1624개에 이르던 본지점 수도 9월 말 현재 1541개로 줄었다.

구조조정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일부 대기업은 인원 감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인데도 노동조합 때문에 탄력적인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단체협상에서 정규직 직원에 대해서는 노조와 협의 없이 경기 부진을 이유로 일방적 정리해고를 실시하지 못한다고 명시해 인력 감축은 엄두도 못 낸다.

또 기아자동차는 최근 내수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영업직을 생산직으로 전환 배치하는 방안을 시도했지만 노조가 거세게 반발해 계획 자체가 백지화됐다.

경기 위축 악순환 가중 우려=외환위기 직후 대규모 해고 사태로 내수가 더 위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력 구조조정이 확산될 경우 불황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외환위기 후에는 환율 급등(원화가치 급락) 등 해외여건 호조로 수출 경기라도 좋았지만 내년에는 모든 경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심각한 위기상황이 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세대 서승환(경제학) 교수는 내년에 각종 경제여건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떨어졌을 때 한국 경제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업들의 감원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확실한 경제 살리기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적 투자보다는 생산 및 인원 감축 등을 택하기 마련이라며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