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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커닝에 아날로그식 대응

Posted November. 21, 2004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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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21일 휴대전화를 이용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사건을 전국적으로 수사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부정행위가 나오지 않을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첨단기기를 동원한 디지털 세대의 부정행위에 교육당국의 시험관리 실태는 아직도 아날로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첨단 부정수법=대학입시에서 각종 부정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재수생은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에 4년 전부터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시작됐고 2년 전부터는 꽤 보편화됐다는 글을 올렸다.

이번 범행에 가담한 K군은 고교 선배나 친구들로부터 작년과 재작년 수능 때도 이런 수법으로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고교에선 선배들이 이런 수법을 전수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수험생 김모양(18)은 1교시 전에 감독교사가 휴대전화를 수거했지만 쉬는 시간마다 전화를 하는 학생들이 수두룩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법은 대리시험. 지난해에도 수능에서 2명이 대리시험을 치르다 적발됐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다는 소문이다.

감독관들이 수험표와 신분증의 사진, 수험생 얼굴을 대조하지만 철저하지는 못하다. 시험장에서 소지해야 하는 주민등록증이나 학생증을 위조해 준다는 광고문도 인터넷상에서 떠돌고 있다.

수능뿐 아니다=시험 감독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대학 편입학시험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4월에는 서울시내 일부 대학의 편입학시험에서 소형 무전기를 통해 정답을 불러주고 수험생으로부터 100만1000만원의 사례비를 받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명문대 출신을 고용해 편입학시험에 위장 응시시킨 뒤 무전기 신호로 답안을 받아 다른 수험생들에게 무전기로 답을 불러주는 방식을 썼다.

일선 학교의 각종 시험은 물론 토익 토플 심지어 공인중개사 시험에까지 허술한 관리를 뚫고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

묘책 없는 교육부=부정행위 방지 대책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수험생 몸수색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

전자검색대 전파차단기를 전국 900여개 시험장에 설치하는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전자검색대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전파차단기도 대당 50만60만원으로 시험실 2, 3개마다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2만1000여개에 이르는 시험실마다 설치하려면 7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

문제지 유형도 지금의 홀짝수보다 더 확대할 경우 수험생 혼란과 관리 문제가 만만치 않다.

또 시험장 주변의 휴대전화 통신을 일시적으로 끊는 방안은 다른 시민들에게 통신장애라는 큰 불편을 주게 된다.

교육당국 뭐했나=수험생과 일선 교사, 누리꾼(네티즌)들은 부정을 경고했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교육당국을 비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은 기본 수준이고 최근에는 개인휴대단말기(PDA)를 이용한 방법도 등장했다며 하루가 다르게 (부정의 기술은) 발전하는데 감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내용이 올라와 있다.

수험생 김모군(18제주 제주시)은 이번 사건을 두고 운이 없어서 걸린 것이라고 말하는 학생이 많을 정도로 부정이 만연해 있다며 감독자도 학생의 일생이 걸린 문제라 엄격하게 적발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