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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적자 14년만, 경상수지 2달 연속 적자 11년만

삼성 반도체 적자 14년만, 경상수지 2달 연속 적자 11년만

Posted April. 08, 2023 07:56,   

Updated April. 08, 202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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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95.8% 급감한 6000억 원에 그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계속된 반도체 혹한으로 반도체사업 부문이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업황 악화에 처음으로 메모리 반도체 감산 카드도 꺼냈다. 반도체 수출 부진의 여파로 2월 경상수지도 11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적자를 보였다. 전략산업이 흔들리면서 한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사업부별 세부실적은 내놓지 않았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예상보다 부진해 반도체사업 부문이 3조∼4조 원대 적자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상보다 심각한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공식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가격 하락 속에도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반도체 수출 부진에 한국 경제의 대외건전성을 나타내는 경상수지까지 흔들고 있다. 2월 경상수지는 5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두 달 연속 적자는 2012년 1, 2월 이후 11년 만이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는 13억 달러 적자로, 5개월 연속 적자를 보였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41.5% 감소하는 등 수출 부진의 여파가 컸다. 수출, 내수 동반 침체에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 경제가 1% 성장도 위태롭다고 전망한다.

한국의 성장 엔진이 식어가는 위기 속에서 결국 돌파구는 반도체 등 전략산업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통한 수출 회복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개별 기업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갈수록 심해지는 자국우선주의 기조 속에서 곳곳에 허들이 널려 있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총동원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자국산업을 보호하고 경쟁국을 견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핵심원자재법과 탄소중립산업법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형 원전의 체코 수출에 제동을 거는 등 수출은 단지 경제 문제로 볼 순 없다.

반도체 등 전략산업 육성은 국가의 안보, 생존과 직결된 국가 차원의 핵심과제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한 몸으로 움직여야 한다. 세제·연구개발(R&D) 지원·인재 양성·규제 개선 등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당장은 이달 말 미국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과 관련한 까다로운 투자 요건을 완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