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윤석열 1년, 당 장악 넘어 국민 마음 얻는 겸손한 정치 펼쳐야

윤석열 1년, 당 장악 넘어 국민 마음 얻는 겸손한 정치 펼쳐야

Posted March. 10, 2023 07:46,   

Updated March. 10, 2023 07:46

ENGLISH

어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긴 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 국회 여소야대 상황에서 윤 정부는 반쪽짜리 정권이었다. 이 정부가 입법 능력을 갖춘 온전한 정권이 될 지 여부는 내년 4월 총선에 달렸다. 그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친윤 일색의 여당 지도부가 구성된 것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아직 알 수 없다. 축배를 들 일이 아니라 자승자박(自繩自縛)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최근 좀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40% 안팎에 머물러 있다. 전당대회는 결과만 보면 윤 대통령이 당심(黨心)만은 확실히 장악한 것 같지만 냉정하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김기현 대표의 52.9% 득표는 경선 룰을 당원 투표 100%로 바꾼 데다 노골적인 ‘윤심 개입’이 작용한 결과다. 그럼에도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후보의 득표를 합치면 47.1%에 이른다.

윤 대통령은 1년 전 대선에서 48.56%를 얻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0.7% 차이로 이겼다. 중도적 유권자가 합세하지 않았으면 이길 수 없는 간발의 승리였다. 1년 뒤 전당대회에서 당원들 사이에서도 안 후보와 천 후보가 각각 23.7%, 14.9%를 얻었다. 민주당이 지금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지지도가 떨어져 있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대통령실과 친윤 정치인의 행태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면 중도적 당원이나 유권자들은 언제라도 이탈해서 대선 때의 팽팽한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행정과 입법이 분리된 대통령제라 할지라도 여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는 사람들로 구성되는 게 자율적인 결사체인 정당의 이념에 맞다. 다만 여당 지도부가 존중을 넘어 맹종하는 수준으로 나아가 정당한 비판력까지 상실한다면 그것은 정당의 확장성을 떨어뜨려 총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인사라인을 검찰 출신으로 채우고 곳곳에 검찰 출신을 앉히는 인사를 하고 있다. 이런 식의 인사가 계속돼선 안 된다. 여당을 장악했다고 해서 친윤 공천을 강행해 여당을 분열로 이끄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보수 정권은 중도적 유권자가 문재인 정권 5년을 거치면서 진보에서 멀어져 보수 쪽으로 기운 현상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윤 대통령은 어떻게 대선에서 이길 수 있었는지 돌아보고 보다 겸손한 정치를 펼치는 것이 당을 넘어 국민의 마음을 얻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